'삼례 나라슈퍼 사건' 피해자들, 국가배상 승소..."이제는 행복하게"

2021-01-28 15:23
피고 당시 수사검사 '명예훼손' 반소 냈지만...법원 '기각'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진범으로 몰렸다가 최근 재심으로 누명을 벗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국가와 당시 수사검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7부(박석근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1시 50분 일명 '삼례 3인조' 임명선·최대열·강인구씨 등과 피해자, 그 가족들이 국가와 당시 수사 검사였던 변호사 최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가 3인조 임명선씨에게 4억7653만원, 최대열씨는 3억2672만원, 강인구씨에게는 3억7116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는 1000만원~1억3333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문에 기재했다.

수사검사였던 최 변호사에게는 국가와 공동으로 임명선씨에게 1억1637만원, 최대열씨에게는 8151만원, 강인구씨에게 7983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도 200만원~2666만원을 지급하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최씨 등 3명이 본인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3000만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반소를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 변호사가 낸 반소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1999년 2월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강도 3명이 침입해 현금 등을 훔치고, 30대 주인 부부 고모인 70대 유모 할머니를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사건이다.

경찰은 최씨 등 정신지체장애를 앓던 3명을 범인으로 지목해 체포한 후 자백을 받아 구속했다. 최씨 등은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부산지방검찰청에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가 접수됐으며, 부산지검은 용의자 3명을 검거해 자백을 받아 전주지방검찰청으로 이송했다.

그럼에도 최씨 등 3명을 기소한 수사 검사 최 변호사는 진범들 자백이 신빙성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최씨 등은 형을 받고 만기 출소 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후 진범으로 지목된 용의자 3명 중 한 명은 진범으로 양심선언을 했다. 최씨 등은 2016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사건 발생 17년 만에 누명을 벗게 됐다.

이에 최씨 등 3명과 그 가족들은 2017년 4월 박준영 변호사 도움을 받아 국가와 최 변호사를 상대로 14억4000여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선고 직후 당사자인 최대열씨는 "이제는 가족들 모두 행복하게 지내고 살면 좋겠다"며 "(당시) 검사·형사들에 미워하는 마음이 있지만, 이제는 행복하게 지내겠다"며 오히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대열씨 누나 최수영씨는 "오늘 (같은 날) 엄마·아빠가 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운을 뗀 뒤 "저희가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며 "이제는 그러한 억울한 일이 없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사건 당시 슈퍼 주인이었던 피해자는 "사건 당시 제 목에다가 흉기를 대고 범행을 한 진범도 여기 왔다"며 "(그럼에도) 저희 위에 힘 있는 분들이 사과를 하지 않는다"며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자리에는 실제 범행을 저질렀다가 자백한 진범도 함께 했다. 억울하게 누명 쓴 사람과 피해자, 진범이 한 자리에 선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그는 "우리가 한 것은 잘못이고, 뉘우치고 살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용서를 구하려고 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