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 통치론' 홍콩서 출간…중국화 작업 가속도

2021-01-24 16:10
칼럼 모음집 등 저서 3종 출판
마오쩌둥·덩샤오핑 이어 세번째
절대권력·1인체제 재확인 목적
'시진핑 사상' 선전·교육 강화도
美 향해 '홍콩은 中 내정' 강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저장성 당서기 재직 시절 연재한 칼럼을 모은 '즈장신위'. [사진=바이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통치 철학과 사상을 담은 책을 홍콩에서 출간한다.

중국 최고 지도자로는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세 번째 사례다.

홍콩 내 반중 세력 억압과 홍콩보안법 시행 등에 이어 홍콩을 철저하게 중국화하려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 등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의 주홍콩 연락판공실 산하 연합출판그룹은 시 주석의 저서 3종을 홍콩에서 번체판으로 출간할 방침이다.

1988년 다수의 출판사가 묶여 설립된 연합출판그룹은 홍콩 내 최대 출판사로 현재는 중국 정부의 입김을 살피는 곳이다.

이번에 출간되는 서적은 <즈장신위(之江新語)>와 <시진핑 일대일로를 말하다(習近平談一帶一路)>, <전면적 개혁 심화의 견지를 논하다(論堅持全面深化改革)> 등이다.

세 권 모두 시 주석의 통치 철학과 이념, 사상을 담은 책으로 즈장신위는 저장성 당서기로 재직하던 2003~2007년 저장일보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것이다.

나머지 두 권은 2018년 발행됐는데 각각 일대일로(육지·해상 실크로드)와 중국 내부 개혁에 대한 시 주석의 연설·발언 내용이 실렸다.

중국 최고 지도자 관련 서적이 홍콩에서 공식 출간되는 것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 이어 시 주석이 세 번째다.

마오쩌둥 어록·선집의 경우 중국 중앙정부가 주도하지는 않았지만 홍콩 현지 출판사들이 대량으로 인쇄·판매해 왔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제도 수립에 기여한 덩샤오핑 역시 <덩샤오핑 문선(文選)>이 간체·번체자로 동시에 출간·보급됐다.

하지만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저서가 홍콩에서 공개적으로 출간된 적은 없다.

이에 따라 이번 출판 작업은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잇는 절대 권력자라는 것을 홍콩을 비롯한 대내외에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홍콩 국가안전법(일명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홍콩 내 반중 세력에 대한 억압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6일에는 홍콩 야당 정치인을 포함한 53명이 홍콩보안법상 국가 전복 혐의로 전격 체포되는 등 법 시행 전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둬웨이는 "(사상의 자유 등) 홍콩의 주류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며 "베이징 중앙 정부는 홍콩인들이 본토의 가치와 정치·정당 체제에 더 공감하고 공산당에 대한 의구심과 적대감을 해소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시 주석과 공산당의 집권 정당성에 대한 선전·교육을 강화하고 홍콩을 중국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 집권 이후에도 홍콩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홍콩에 시 주석의 통치 이념을 전파하면서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려는 목적도 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