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바이든, 위안에 구겨진 '달러 자존심' 펼까

2021-01-20 16:01

이왕휘 교수



 

바이든 행정부가 직면한 가장 까다로운 문제들 중 하나는 달러화의 위상과 비중 하락이다. 미·중 사이의 경제력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데, 과연 달러화가 위안화의 도전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중국 채권과 주식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투자자들을 어떻게 미국 자본시장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달러화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미국 국가부채의 급속한 증가세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와 코로나19 위기 이후 재정지원으로 2020년 회계연도에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섰다. 지난 1월 14일 발표된 바이든 행정부의 1조9000억 달러 경기부양책이 계획대로 집행되면 2021년 회계연도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2조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중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지금까지 최고점이었던 1946년의 106%를 능가할 것이 확실시된다.

유례없는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재정적자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논리에 대한 반박은 거의 없다. 강력한 봉쇄 조치로 경제활동이 위축되어 피해를 입은 기업과 자영업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규모와 방식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확연하다. 바이든 정부는 이자율이 낮게 유지되는 한 재정적자 확대는 심각한 문제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현대통화이론(MMT)과 유사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지만 언젠가 이자율이 상승하게 되면 국가부채는 재정에 심각한 부담이 될 것이다. 기축통화를 보유한 어느 국가도 부채위기를 피하지 못했던 역사를 볼 때, 미국도 예외가 되지 않을 것이다.

위안화가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바이든 행정부가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사항이다. 기축통화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인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국제지급결제, 국제외환거래에서 위안화는 달러화는 물론 유로화와 엔화에 한참 뒤처져 있다. 따라서 단시일 내에 위안화가 달러화의 완전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2대 경제대국의 법정통화라는 점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년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시켰다. 중국이 자본계정 자유화를 허용한다면, 위안화 국제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현재 위안화가 달러화를 유일하게 앞서고 있는 지표는 디지털화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중앙은행디지털화폐인 디지털 위안을 주요 도시에서 여러 차례 시범운용하였다. 반면 미국에서는 디지털 달러의 발행에 대한 공식적 논의는 아직까지 나오질 않고 있다. 만약 디지털 위안이 디지털 달러보다 먼저 국제적인 지급결제수단으로 인정을 받는다면, 달러화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압도적인 위상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미국 금융기관들이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도 심상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임기 말까지 미국 자본시장에서 중국기업을 퇴출시키기 위해 다양한 제재를 부과하였다. 그 결과 작년 말과 올해 초 미국의 주요 증권 및 채권 지수에서 중국기업들이 연이어 배제되고 있다. 제재 대상은 군사안보용 제품을 생산하는 군·민 융합 기업에서 샤오미와 같은 가전제품업체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강공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시장과 중국 금융시장은 탈(脫)동조화가 아니라 동조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반중 정책과 관계없이, 미국 대형 금융기관들이 중국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트럼프 행정부가 1단계 무역합의에서 성취한 중국 금융시장 개방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투자은행인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100% 지분을 확보한 투자사를 중국에 설립하였다.

중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는 올해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코로나19 위기를 빨리 극복해서 G20 회원국 중 유일하게 2020년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채권이다. 미국, 유럽, 일본의 국채 금리가 0%대인 반면 중국의 국채 금리는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금리 차이가 지속되는 한, 중국 채권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인한 환차익에 대한 기대도 대중 투자를 촉진시키고 있다. 무역전쟁이 격화되었던 2019년 8월 환율이 1달러당 7위안을 넘어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였다. 그 후 위안화는 지속적으로 평가절상되어 올 1월에 1달러당 6.5위안 이하까지 하락하였다. 위안화의 급속한 평가절상에도 불구하고 2020년 중국의 전체 무역흑자는 53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7%, 대미 무역흑자는 3170억 달러로 7% 증가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내정자도 19일 의회 청문회에서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안화가 평가절상되고 미국의 대중 자본시장 투자가 증대하면서, 미국이 독자적으로 위안화 굴기를 막기는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 따라서 달러화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은 유럽 및 일본과 국제공조를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재 유럽과 일본이 미국을 도울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작년 말 유럽연합(EU)에서 영국이 공식적으로 탈퇴한 후 유럽 금융시장은 제도 변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다. 일본도 아베노믹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아 GDP 대비 200%가 넘는 국가부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이 1980년대 중반 플라자 합의와 같은 국제공조를 통해 위안화를 압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달러화의 평가절하와 위상 추락은 미국이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는 금융 제재의 효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미국이 입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제재는 무역제재나 군사제재보다 더 자주 활용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국제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를 통해 러시아, 이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위반하는 중국 기업들에 2차제재까지 부과하고 있다. 위안화가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면, 중국은 미국의 제재 네트워크를 회피하거나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달러화의 추락은 미국의 대중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