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실세] ②"대통령의 강력한 신뢰가 무기"…블링컨 '광폭 행보' 예상

2021-01-19 14:56
[바이든 시대 실세] ② "대통령의 강력한 신뢰가 무기"…블링컨 '광폭 행보' 예상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20년 가까운 인연을 자랑한다. 베테랑 외교관으로 꼽히는 블링컨 장관 지명자는 바이든의 상원 외교위원회 활동을 보좌했고 부통령 재직 당시엔 안보 보좌관을 맡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이하 현지시간) "신임 대통령과의 오래된 인연은 블링컨 지명자를 독특한(unique) 국무장관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WSJ은 "외교정책 전략가이자, 최고의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블링컨은 이제 내각 고위직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아 능력을 입증할 차례가 됐다"고 지적했다. 19일 청문회에서 블링컨 지명자는 미국의 동맹관계 회복과 미국 중산층을 위한 정책 추구라는 향후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 [사진=AP·연합뉴스 ]


◆국내 문제 버거운 백악관 대신해 외교 이끌 것 

블링컨 지명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정책인 미국 우선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무를 맡게 됐다. '중국 때리기'를 비롯한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가장 강력히 호응을 받았던 정책 중 하나다. 때문에 이를 넘어서면서도 대중적 지지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오래된 외교 경험이다.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으며, 전세계 지도자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취임 초기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단 코로나19 확산 통제와 경제 회복 등 국내 문제 해결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두동간 난 미국의 '통합'을 이뤄내는 것도 바이든 정부 앞에 놓여진 가장 큰 과제다.

이런 이유로 취임 초기 바이든 정부가 외교 정책에 많은 관심을 배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 외교 문제에 있어서는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를 비롯한 외교 안보팀에 큰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아론 데이비드 밀러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당선인이 블링컨 지명자에게 가지는 신뢰는 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면서 "대통령의 신뢰는 강력한 국무부 장관이 되기 위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지명자는 이번주 청문회에서 2015년 체결됐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이란 핵합의(JCPOA) 등 당면한 외교 문제에 대한 방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 정부의 또다른 핵심 외교 문제 중 하나인 북한 비핵화 문제 역시 청문회에서 중요 질의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지적했다. 대중국 정책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증가하는 중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여부도 청문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가 남긴 난제 해결이 급선무 

새로운 국무부는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막판에 남기 외교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지적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굵직굵직한 외교 결정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대만 인사들과의 접촉 제한 지침 해제과 쿠바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이 대표적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9일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이 중국 공산주의 정권을 달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들었던 대만과의 교류를 제한 규정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곧바로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향후 새 정부의 대중 외교행보가 시작부터 쉽지 않게 됐다. 

이어 11일 폼페이오 장관은 쿠바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제외시키려면 쿠바가 6개월동안 국제 테러 지원을 중단했다는 증거는 물론이고 향후에도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했던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로 되돌아가는 길 위에 엄청난 장애물이 생긴 것이다. 

프랑스, 독일산 수입품 대상 추가 관세를 12일 0시 1분부터 부과하는 것을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감축을 강행 등 정책도 차기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막판 어깃장으로 꼬여버린 외교 난제 해결이 블링컨 지명자의 역량을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블링컨 지명자는 과거 ​국무부 퇴임 후 외교·안보 전략 자문업체 '웨스트이그젝 어드바이저스'를 공동 설립해 운영하는 과정에서 2년간 고객들로부터 120만 달러(약 13억원)에 가까운 고액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이권 문제와 관련된 논란이 청문회에서 검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지명자는 이 회사에 재직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AT&T, 링크드인, 우버 등 유수 기업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