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제의 시행 중앙정부에 건의
2021-01-18 09:17
제일 비싼 1층 점포와 제일 싼 지하 점포가 내는 세금이 같다?
A시에 위치한 지하 3층 지상 21층짜리 건물인 B복합상가. B복합상가에서 가장 비싼 1층 가호의 시세는 15억 원이다. 비슷한 대지지분을 가지면서 가장 싼 지하 나호의 시세는 2억6천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둘의 시가표준액은 각각 2억1천만 원과 1억9천만 원으로 소유주들이 내는 세금은 거의 차이가 없다.
경기도가 자체 용역을 통해 조사한 결과 상가나 공장 같은 이른바 비주거용 부동산에 적용하는 공시가격이 없어 불공정한 과세가 되고 있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대도시나 고가, 신축 건물일수록 세금이 낮고 농촌이나 저가, 오래된 건축물일수록 세금이 높다며 공평과세를 위해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제의 조속한 시행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도는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비주거용 부동산의 시세반영률 실태 조사․분석’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도는 지난해 4~ 12월 한국부동산연구원을 통해 관련 용역을 진행했다.
문제는 행안부의 건축물시가표준액기준은 건물의 층별효용 정도, 임대료 수준 등 실제 건물의 가치를 알 수 있는 내용을 반영하지 않아 실제 시세와 차이가 난다는데 있다. 정부는 2016년 이런 문제해결을 위해 비주거용부동산도 공시가격을 발표하도록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지만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번 연구용역은 비주거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객관적이고 실효성 있는 과세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도내 비주거용 부동산의 재산세 과표(토지의 공시지가와 건축물 시가표준액) 실거래가격 감정평가액을 비교해 시세반영률을 분석했다.
조사는 아파트처럼 토지와 건물이 일체로 거래되는 상가, 오피스텔 등의 ‘집합 부동산’과 단독주택처럼 토지와 건물이 분리돼 거래되는 공장, 백화점 등 ‘일반 부동산’으로 구분해 진행했다.
분석 결과 토지와 건물이 분리 가능한 일반 비주거용 부동산의 시세반영률은 토지는 60% 이하로 낮고, 건물은 8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 도 전 지역에서 불균형했다. 가격수준별로는 고가 비주거용 부동산일수록 시세반영률이 낮았다. 특히 500억 원을 초과하는 일반 부동산의 시세반영률은 55.5%, 50억 원을 초과하는 집합 부동산의 시세반영률도 53.5%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2018년 신축된 성남 분당구 지상 15층, 지하 7층 업무용 빌딩은 매매가가 3660억9천만 원이지만 과세표준은 1835억6천만 원으로 시세반영률이 50.1%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8개 지역 표본조사 결과, 일반과 집합 비주거용 부동산 모두에서 대도시인 성남분당(일반 61.5%, 집합 51.2%) 안양동안(일반 60.6%, 집합 50.8%)의 시세반영률이 전체 평균(일반 66.0%, 집합 58.3%)보다 낮았다.
집합 비주거용 부동산의 층간 시세반영률의 편차도 크게 나타났다. 집합 비주거용 부동산은 1층과 지하층 등 층별로 효용비가 다름에도 이를 반영하지 못해 1층의 시세반영률은 23.9%에 불과하고, 지하층은 시가를 초과(130.7%)했다.
도는 이번 용역결과 대도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가 건물일수록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 확인됐다며, 비주거용 부동산에도 가격공시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도는 국토부에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른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제도의 조속한 시행을 요청하고, 지방정부와 협력해 비주거용 부동산 부속토지에 대한 현실화 정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건의할 예정이다.
또한 행안부에는 현행 비주거용 부동산 건물과표의 심각한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시가표준액 산정기준 개선을 요청하고, 도 자체적으로도 건축물 시가표준액 수시조정을 통해 형평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2019년 한 인터뷰를 통해 “비싼 땅, 비싼 집에 살수록 세금을 적게 내고 있는 셈”이라며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심화하고, 불로소득을 조장하는데다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