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CES 2021'로 본 온라인 전시의 한계

2021-01-16 11:43

지난 11일(미국 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열린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1’이 막을 내렸다. 이번 CES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대신 온라인으로 열렸다. 1967년에 첫 행사가 시작된 이래 55년 만에 처음이다. CES가 온라인으로 개최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기술 전시회답게 ‘기술’로 라스베이거스의 현장감을 어떻게 담아낼지, 기존에 온라인으로 열렸던 전시회와 어떤 차별화에 나설지 관심이 갔다. CES 주최 측인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 또한 “CES 2021은 혁신이 어떻게 더 밝은 미래로의 길을 여는지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며,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결코 이러한 진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CES는 개막 전부터 삐끗했다. 대표 참가사 중 한곳인 삼성전자를 ‘북한 기업’으로 잘못 표기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난해 4500여개에서 올해 1900여개로 참가사가 절반 이상 떨어졌다. 이에 CTA는 CES가 개막하기 전날까지도 참가사들을 받아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CES의 막이 올랐지만, 온라인 전시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프라인 전시는 전시장을 곳곳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발견을 하는 것이 묘미다. A라는 기업의 전시장을 찾아가다가 의외의 제품과 서비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인적 네트워킹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CES의 온라인 전시관에선 이같은 발견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분야별, 국가별로 참가사들을 분류해서 볼 수는 있었지만, 참가사들의 페이지임을 알리는 기업과 로고를 나열한 것에 그쳐 기업 탐색에 큰 피로감을 주었다. 참관객 입장에선 이 기업이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지 등의 최소한의 정보는 그 기업의 페이지에 일일이 들어가기 전까지 알기 힘들었다.

참가사들에게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CES 2021에 참가한 국내 한 소프트웨어 기업은 CTA 측이 사진과 영상을 온라인 전시관에 업로드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동영상을 제작하기까지 많은 단계가 필요한데, 일주일 만에 전시 콘텐츠를 올리라고 통보를 받았다”며 “연말인 데다 데드라인이 촉박해 난감했다”고 말했다. 또한 참가사들은 전시관을 방문한 참관객 데이터를 파악할 수 없었다. CTA 측이 이같은 분석 툴을 제공하지 않은 탓이다. “이번 온라인 전시 효과는 도대체 어떻게 측정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CES에 올린 영상을 유튜브에도 올려 조회수를 집계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오랜 시간 CTA 측과 협업해온 업계 관계자의 “올해 CES는 ‘CES’라는 브랜드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급조한 행사”라는 귀띔을 듣고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디지털 전환이 아무리 대세라지만, 전시회는 역시 오프라인이라고.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도 영락없는 코로나19의 피해자였다고.

 

[아주경제 모바일벤처부 정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