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PTAB 특허심판 각하, 절차상 결정에 불과···오히려 ITC소송에 긍정적"

2021-01-15 13:10
"중복 조사 피하자는 절차상 판단일 뿐"
"결정문에서 SK이노 주장 일부 인정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미국 특허 무효심판(IPR)과 관련한 미국 특허심판원(PTAB)의 결정은 특허청의 정책 변화에 따른 절차상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PTAB이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침해 가능성을 일부 인정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 중인 특허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특허 무효소송과 관련해 LG에너지가 미국 특허청의 정책 변화에 따라 복잡한 미국 소송 절차 중 일부가 진행되지 않는 것을 마치 실체법적으로 자사에 유리한 판단이라고 왜곡하며 호도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중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PTAB에 LG에너지의 양극제·분리막 특허 등 총 8건에 대한 특허 무효심판을 제기했다. PTAB은 지난해 11월 이 중 6건에 대한 조사개시 각하를 결정했고, 지난 12일 나머지 2건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PTAB의 이 같은 결정이 사실상 LG에너지의 손을 들어준 것이며, ITC의 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은 오히려 상황이 반대라는 입장이다. 우선 PTAB의 조사개시 결정은 현재 ITC에서 같은 문제를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중복 청구에 대한 조사가 필요없다는 판단이라고 SK이노베이션 측은 설명했다.

실제 미국의 특허청장인 안드레이 이안쿠(Andrei Iancu)는 지난해 9월 24일 열린 PTAB 변호사 협회 연례회의에서 “법원과 PTAB에 동시에 특허소송이 제기되면 법원의 결정이 더 빠르고 PTAB 절차는 법원보다 소송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든다”며 “의회는 특허소송 청원인에게 동일한 문제에 대한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소송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PTAB의 특허소송 관련 중복 심판을 자제하겠다는 의미다.

같은 취지로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는 2019년 9월 각각 서로를 미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는데, 두 사건 모두 ITC의 소송이 진행됨에 델라웨어 지방법원 건은 중지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PTAB가 특허 무효심판은 기각했지만 LG에너지가 SK 측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사실은 일부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이 공개한 PTAB 결정문을 보면 ‘SK이노베이션은 문서화된 자료에 근거한 합리적인 주장을 제기했다. 특허무효 주장에 강한 신빙성이 있다’는 취지의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근거로 이번 PTAB가 SK 측의 주장을 어느정도 받아들였으며, ITC 소송 절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ITC 최종 판결에서 승리할 경우 곧바로 PTAB에 특허 무효심판을 다시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밸류크리에이션센터장은 "미 정부 정책 변경이 사건의 실체 판단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PTAB가 결정 이유에서 명시한 무효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ITC 절차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SK이노베이션의 입장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도 반박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왜 SK이노베이션이 비용까지 들여가며 신청한 특허 무효심판이 의미가 없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PTAB에서 신청이 모두 각하돼 기회를 상실한 것은 명백히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에너지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ITC 특허침해 소송은 3월 19일 예비결정이 나며, 최종결정은 7월 19일이다. 해당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게 되면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된 소재나 기술 등의 미국 반입이 금지된다.
 

SK이노베이션이 공개한 PTAB 결정문의 일부. 청원인(SK이노베이션)이 문서화된 자료에 근거한 합리적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며 특허무효 소송에 신빙성이 있다고 적혀있다.(노란색 밑줄)[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