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는 씨젠·솔젠트…K진단키트 업계 연초부터 시끌

2021-01-13 18:57
솔젠트, 석도수 前대표 탓 임시주총 연기
씨젠도 소액주주들 기업 경영 참여 나서

눈이 내린 12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박을 친 진단키트 기업들이 ‘성장통’을 앓고 있다. 급격한 매출 상승이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지고, 소액주주들은 떼로 뭉쳐 주가 관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13일 진단키트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진행할 예정이었던 분자진단 전문기업 솔젠트의 임시 주주종회가 다음달 4일로 연기됐다. 법원이 석도수 전 대표가 제기한 주장을 일부 인용한 데 따른 것이다.

솔젠트 관계자는 “석 전 대표 측이 무분별한 소송 가처분 신청을 남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분치 않은 우호주식수를 더 확보할 목적으로 시간 벌기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석 전 대표 측은 대전지방법원에 자료 제출을 의도적으로 늦췄고, (우리는) 어제 오후 4시를 넘겨서야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의결권 제한과 관련해 법원 통보를 받았다. 이 경우 일부 주식 수 확정이 어려운 문제가 있어 임시주총을 미뤘다”고 말했다.

결국 유전체 분석서비스 업체인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와 WFA투자조합 간 경영권 분쟁의 1라운드가 미뤄진 것이다. EDGC는 솔젠트 지분 22.9%, WFA투자조합은 11.7%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솔젠트의 1, 2대 주주다. 현재 이명희·유재형 공동대표는 EDGC가 선임한 인사들이며, 석 전 대표는 2대주주인 WFA투자조합의 대표를 맡고 있다.

WFA투자조합은 경영권 탈환을, EDGC는 경영권 방어를 각각 최대 목표로 삼고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양측은 모두 우호지분까지 합하면 각각 30% 이상의 솔젠트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 1조 반열에 오른 씨젠도 ‘퀀텀점프’에 성공했지만, 주가가 급락하면서 소액 주주들과 갈등에 휩싸였다. 지난해 8월 30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현재 17만~18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현재 소액 주주들은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발행 주식 총수의 3%를 확보, 임시주총 소집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상법 제366조 1항에 따르면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의 주식을 가지면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소액 주주들은 △발행 예정 주식 총수 변경(5000만주→2억주)의 정관 변경 심의·의결 △소액주주 이익 대변 이사 선임 △무상증자 절차 진행 요청 △유가증권시장 변경(코스닥→코스피) △기업설명회(IR), 홍보 및 법무팀 보완 및 강화 등을 요구했다.

씨젠 측은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씨젠과 소액주주는 같이 성장하는 구조”라며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씨젠 관계자는 “기업가치에 비해 회사 주가가 낮게 평가됐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는 상장된 진단키트 기업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백신 관련 이슈로 다른 진단회사도 30%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날 공문을 받아서 이제 검토를 시작한다”며 “일부 안건은 단기적 주가 부양 효과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되는지를 따져볼 생각이다. 앞서 (우리는) 회사 성장에 도움 된다고 생각해 배당을 15배 늘리고 임원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 익익 실현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