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힘들까"...'미스터 스마일' 丁총리 눈물에 여론도 '술렁'

2021-01-09 10:37
정 총리, 8일 국회 긴급현안 질의 출석
'방역 실패' 야당 공세에 '버럭' 호통도
소상공인·자영업자 고충엔 '눈물' 훔쳐
정치권, 변화 촉각·차기 행보에 관심↑

정세균 국무총리의 눈물이 세간의 이목을 끈다.

정 총리는 그간 항상 웃는 얼굴로 '미스터 스마일', '루피 닮은꼴'로 불렸다. 그런 그가 'K방역 실패'를 꾸짖는 야당을 향해 '버럭' 호통을 치는 한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겪는 고충에는 눈물을 보이며 여론을 술렁이게 했다.

본인은 정작 "지금은 총리"라면서 선을 긋는 대권 주자설에도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실태, 백신 수급 상황 및 접종 시기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대한 발언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丁, 자영업자 얘기에 "얼마나 힘들까...눈물이 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 질의에 출석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를 질책하는 야권의 공세에 유례없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는 K방역의 'K'가 죽음을 뜻하는 'Kill(죽음)'이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 지적하자, 정 총리는 "K방역이 부족한 건 있었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다른 나라는 인구수의 5~7배에 달하는 백신 수량을 확보한 이유가 뭐냐'는 강 의원의 질의에 "그 나라에 가서 물어보시라"며 "남의 나라가 하는 게 뭐가 중요한가"라고 날 선 답변을 내놨다.

정 총리는 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가 백신 확보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데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하자 "우왕좌왕이라고요? 누가 우왕좌왕하느냐"며 강하게 받아쳤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확보에 대해) 13회나 지시했다'고 담당자들에게 떠넘기기 한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그런 식으로 하지 마라. 뭘 떠넘기느냐. 국가 원수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 아니다. 품위를 지키시라"고 거센 엄포를 놨다.

정 총리는 이처럼 야당의 비난에 적극 반박하는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생계 곤란에 대해서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인천에서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 얘기에 "충분히 이해되고 역지사지를 해보면 얼마나 힘들까,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도 영업하지 못하면서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 자영업자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것인가..."라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정말 힘든 일"이라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고는 "죄 없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일부 업종은 평소보다 훨씬 더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며 "결과적으로 이득을 본 그런 그룹이 뭔가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 총리 눈물에 정치권에서는 그의 차기 행보에 더욱 촉각을 기울이는 형국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코로나19 백신 수급 및 방역 문제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가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며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주의 제도서 국민은 주인...목표 역시 국민"

정 총리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사실 그다지 낯설지는 않다.

정 총리는 국회의장 시절이던 지난 2017년 5월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18 당시 생후 3일 만에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씨의 사연을 들으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또 2016년 12월 주한 유럽연합(EU) 회원국 대사단 오찬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야기를 하며 혼란을 겪었을 국민 생각에 눈물을 훔쳤다.

더욱 거슬러 올라가면 정 총리는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전신) 당 대표 시절 미디어법 통과 뒤 국회 본회의장 앞에 서서 발언하다 울먹였다. 야당으로서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전신)의 입법대전에서 끝내 패배해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는 뜻의 눈물이었다.

그러나 정 총리가 야당의 거센 질타를 적극 방어하면서도 코로나19 사태 속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인 모습은 당사자인 국민에게 다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그동안 눈물을 보인 사례들과 겹쳐져 국민에 대한 정 총리의 진정 어린 염려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여론의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도 "민주주의 제도에서 국민은 주인이며 그 궁극적 목표 역시 국민이어야 한다"며 "국민을 차별하고 편 가르며 선동하는 정치는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최근 미국 의회에 침입해 벌인 총격 사건을 두고 밝힌 소회지만, 정부 정책에 연일 반기를 드는 야당에 대한 따끔한 질책과 함께 '오로지 국민만 섬기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정 총리의 눈물로 국내외 전·현직 총리들이 국민 앞에서 보인 눈물도 주목받는 양상이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현 민주당 대표는 2018년 5월 18일 총리로서 광주를 찾아 기념사를 하던 중 몇 차례나 눈시울을 붉힌 바 있다.

참여정부 시절 여성으로서 최초로 총리에 지명된 한명숙 전 총리는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타계에 눈물을 흘렸다.

외국에서는 고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고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영결식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오열해 화제가 됐다. 그의 눈물은 양측 간 개인적 친분뿐 아니라 독일과 프랑스 간 깊은 역사의 결정체로 풀이됐다.

이밖에도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지난 2012년 방한 기간 중 서울의 한 극장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하며 흘린 눈물도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가장 최근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29일 사임 기자회견을 하며 눈가에 눈물이 맺힌 모습을 보여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