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100℃] 여전히 벼랑 끝 실내체육시설…정부는 왜 '돌봄'을 논할까
2021-01-08 11:36
#스포츠가 끓어오르는 100℃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
이 속담은 적극적으로 요구하면 무엇인가를 더 준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영업 금지나 제한적 영업으로 생계고를 겪는 업주들과 방역 당국 간의 현 상황을 대변하는 속담이기도 하다.
우는 아이는 업주들이고, 떡을 주는 사람은 방역 당국이다. 지금까지의 공식은 시위가 나면 조건부 영업을 허용했다. 근데 문제는 좋아할 만한 떡을 줘야 하는데 앞뒤 안 보고 줘서 더 운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된 내용에는 학원, 태권도장, 발레학원, 합기도장 같은 학원·교습소와 체육도장업에 대해 2.5단계 조치 준수를 전제로 운영하도록 허용한다는 것이 포함됐다. 동시간대 교습 인원은 9명까지 허용됐다.
학원·교습소는 말대로 아동·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다. 몇몇 교습소는 성인의 비중이 많은 곳도 있지만, '돌봄'이라는 떡을 좋아할 만했다.
결국 비가맹단체가 운영하는 체육관과 헬스장·필라테스·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 업주들이 "서러워서 못 살겠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작았던 불씨가 옮겨붙으며 산불이 났다. 헬스장 업주들이 시위에 나선 것이다. 지난 6일 한 포털사이트에는 '벼랑 끝 실내체육시설'이라는 실시간 검색어가 오르락내리락했다.
아우성이 계속되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진화에 나섰다. 그는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현장의 수용성이 떨어지는 방역기준은 곧바로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 날인 7일 중대본은 "모든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학원·태권도장 등과 동일한 조건으로 운영을 허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 총리의 약속처럼 진화되나 싶었다. 그러나 "다만 아동·학생에 한정해 시행하는 교습 형태여야 하며 동시간대 9명 이하 인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 붙자, '화마'가 성이나 불길에 휩싸였다.
싫어하는 떡을 줬기 때문이다. 이를 본 실내체육시설 업주들은 "성인 비율이 90% 이상이다. 영업금지 조치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주는 "업주들이 요구하는 형평성은 이게 아니다. 실내체육시설은 '돌봄'이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다. 왜 교육 쪽으로 이 모든 것을 풀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정 총리와 중대본의 진화가 무위로 돌아가자, 이번엔 문화체육관광부가 소방수로 나섰다. 7일 오후 김정배 제2차관이 필라테스장, 요가장, 태권도장, 합기도장, 수영장, 검도장, 골프연습장, 에어로빅장, 당구장, 특공무술장 등 실내체육시설업계 관계자들과 비대면 간담회를 실시했다.
김 차관은 "오늘 의견을 바탕으로 다른 업종과의 방역 형평성 문제, 실내체육시설 간 형평성 문제 등을 최대한 해소하고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방역지침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방역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실내체육시설 업주들이 외치던 형평성은 '다 같이 열던지, 다 같이 열지 말든지'였다. 방역 당국이 내놓은 형평성은 '다 같이 한정 인원을 돌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이 왜 이렇게 '돌봄'에 목을 맬까. 최근 한 방송사의 취재에 따르면 아동·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아서 아이가 있는 여성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방역 당국이 '돌봄'을 논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봤다. 이것을 왜 성인이 90% 이상인 실내체육시설에 적용하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알맞은 떡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는 처음부터 사업자등록증 상의 업종으로 분류할 일이 아니었다. 방역 당국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등 유관 기관과의 논의를 통해 사용 목적에 따라 사업장을 재분류해야 한다.
이제는 정말 현장에 나가서 상황을 봐야 할 시점이다. 모든 업주가 같은 평수나, 같은 월세로 장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 분류에는 어떠한 방역 지침이 맞겠다'는 판단이 서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