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법원이 3년 전 한 건설사의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인해 큰 손실을 본 채권자들의 피해를 신용평가사(신평사)가 일부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중국이 디폴트 관련 피해 보상을 신평사에게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신평사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가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다.

5일 중국 경제매체 진룽제에 따르면 최근 중국 항저우 중급인민법원은 우양건설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약 400명의 투자자들에게 신평사 다궁(大公)국제가 피해액 일부를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다궁국제는 총 부채 청구액인 최소 4억9400만 위안의 10%에 달하는 액수를 보상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앞서 지난 2017년 우양건설은 약 14억 위안 규모에 달하는 풋옵션부 사채 2개를 부도처리 했다. 이후 우양건설이 허위 재무자료로 채권 발행 자격을 취득하고, 사기성 채권을 발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판결은 이 과정에서 거짓 신용평가를 하고, 대출자들에게 상담서비스에 대한 높은 대가를 치르게 한 다궁국제도 피해 보상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2018년 중국 금융당국은 다궁국제에 1년간의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다궁국제가 당국에 제출한 자료가 부실하거나 허위로 조작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다궁국제는 지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신용등급 평가 서비스를 제공한 채권 발행 기업에 자문 컨설팅을 제공해 고액의 비용을 챙겨왔다.

다만 중국 규제당국이 채권시장에서의 부정행위와 관련 신평사들에 금전적인 피해 보상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최근 잇단 국유기업의 디폴트 사태로 신평사들에 대한 관리 감독이 크게 강화된 것이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선 지난 11월부터 허난성 보유 광산회사인 융청석탄발전그룹, 랴오닝성 최대 자동차 기업인 화천그룹, 반도체 기대주 칭화유니그룹, 섬유재벌 산둥루이그룹 등 신용등급 AAA인 국유기업들이 잇달아 디폴트를 냈다. 민영 기업도 문제지만 국유기업까지 순식간에 디폴트에 빠지면서 시장에는 혼란을 가져왔다.

국유기업에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해 금융위험 평가에서 신평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신평사에 대한 관리감독의 규제 고삐를 더 조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앞서 지난해 말 판궁성 인민은행 부행장은 “인민은행이 관련 부서와 공동으로 신평사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며 “신용등급 구분을 명확히 하고, 신평사 모니터링 강화, 위반행위 단속 강화 등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