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체육계 혁신 이끌 적임자, 나야 나"

2021-01-06 00:00
대한체육회장 선거 레이스 본격화
이종걸·유준상·이기흥·강신욱 4파전
9일 합동 토론회…18일 온라인 투표

대한체육회장 후보자 이종걸(왼쪽부터), 유준상, 이기흥, 강신욱[사진=대한체육회·각 후보 캠프]


후보자 등록부터 진흙탕 싸움을 예고했던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30일 후보자 등록을 마친 네 명(이종걸, 유준상, 이기흥, 강신욱)의 후보는 각각 번호를 부여받고 선거운동에 본격 돌입했다.

후보자 등록 마감 5분여를 남기고 출마한 이종걸 후보(64)는 기호 1번을 받았다. 그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으로 대한농구협회장과 16~20대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다.

이종걸 후보 캠프는 공보팀을 꾸려서 가장 활발하게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이종걸 후보는 "우리 체육계도 더 큰 변화를 이룩해야 한다"며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를 체육계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또한 그는 조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을 언급하면서 "조부와 형제분들이 독립운동가를 키우기 위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웠다"며 "신흥무관학교에서는 '체력단련에 필승한다'는 기치를 걸고 체육을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조부께서 체육에 가졌던 큰 이상과 열정이 저의 뿌리에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에는 국회 앞에서 체육인 코로나19 피해 대책 방안 촉구 1인 시위를 펼쳤고, 이회택 전(前)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존폐위기 지방대학 체육 특성화 종합대학 전환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호 2번을 받은 유준상 후보(79)는 대한요트협회장으로, 대한롤러스포츠연맹 회장을 비롯해 1988 서울올림픽 국회지원 특별위원, 월드스케이팅 CIC 멤버, 국민생활체육회 고문, 11~14대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다.

유준상 후보 캠프는 유튜브 채널 '유준상TV'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키워드는 소통이다. 선수·지도자와의 소통은 물론이고, 선거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과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준상 후보는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100년 미래 체육을 이끌 첫 번째 수장으로서 역할을 하여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매일 올라오는 일일 브리핑에서는 지도자 처우 개선, 소년체전 폐지 반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선거 기간 동안 고충민원상황실을 운영해 선수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귀를 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5일에는 "최근 선수·지도자들과 소통한 결과 안정된 일자리와 복지 향상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법제화를 통해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기흥 후보(66)는 기호 3번을 받았다. 그는 제40대 대한체육회장으로 2012 런던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장과 대한카누연맹 회장, 대한수영연맹 회장, 세계수영연맹 집행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기흥 후보 캠프는 상당히 조용하다. 선거인단이 체육인들이니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1일에는 새해를 맞아 페이스북을 개설했다.

해당 페이스북에는 '했습니다/하겠습니다' 시리즈를 게재했다. 제40대에 한 것과 제41대 당선 시 할 것에 대한 설명이다. 대상별로 메시지가 다르다. 대상은 임원 및 대의원, 지도자, 선수, 동호인으로 나뉜다. 그리고 모든 공약에는 '이기흥만이 할 수 있다'고 표기돼 있다. 큰 공약보다는 맞춤형 공약을 선거 전략으로 세웠다.

끝으로 기호 4번을 받은 강신욱 후보(66). 그는 단국대 스포츠과학대학 국제스포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한체육회 이사, 한국체육학회 회장,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 전농여중·용산고 하키부 감독 등을 역임했다.

강신욱 후보 캠프는 선거운동 시작과 동시에 영상을 SNS를 통해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를 즐기고 있는 후보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선거운동을 위해 제작된 영상 및 이미지 등에는 '체육계의 혁신, 체육인의 힘으로, 아는 만큼 잘 할 수 있다'는 말이 포함돼 있다. 그는 '체육인'임을 강조한다. 최근 그는 "체육인을 위한 현명한 선택으로 품격과 명예, 그리고 정의를 되찾겠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에는 현재까지 두 가지 공약과 설명이 올라온 상태다. 첫째는 '지방 공공 체육시설 관리 및 운영 법안 개정 추진'이고, 둘째는 '중앙집권적인 운영에서 벗어난 지방체육회 권한 상승'이다. 아직 공약이 남아있다. 선거 기간 동안 하나씩 설명하면서 공감대를 얻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후보자 등록 전에는 '반(反) 이기흥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있었다. 후보가 많으면 표가 분산돼 현(現) 회장을 이기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단일화는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졌고, 총 네 명의 후보가 선거에 출마했다. 공약도 전략도 4인 4색이라 단일화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공약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K-스포츠를 발달시킬 공약이나 외교적인 강화책을 찾아볼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00주년을 맞았다.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새로운 100년의 시작이다.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 낡은 것을 바꿔 새것으로 만드는 환부작신(換腐作新)이 필요할 때다.

선거는 오는 18일에 치러진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투표로 변경됐다. 선거인단은 총 2170명이다. 후보자 합동 토론회도 준비돼 있다. 9일 오후 2시경 경기 고양시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며 유튜브와 체육회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