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깜깜이' 제8차 당대회, '미확인' 예측만…정세 불확실성↑

2021-01-05 10:51
北 '당대회' 개최 언급없어…김정은 '친필서한' 강조만
내부 결속 다지기에만 집중…대외정책 방향 오리무중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보낸 친필 연하장을 받은 북한 주민들의 각계 반향을 소개했다. 사진은 평양시 중구역인민위원회에서 주민들이 마스크를 낀 채 친필 연하장이 실린 신문을 저마다 손에 들고 읽어보는 모습.[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 최대 정치 이벤트인 노동당 제8차 대회 개최 일정이 여전히 확인되지 않으면서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제8차 당 대회 개최 언급 없이 당 영도의 중요성만 강조하고 있다. 매체들은 지난 1일 공개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필서한 내용을 재차 언급하며 내부 결속 다지기에 집중했다.

이날 노동신문에는 ‘우리 인민을 승리의 한길로 이끄는 위대한 당’이라는 논설과 함께 ‘우리 당의 생명의 뿌리-인민대중’, ‘학명열, 투쟁열을 고조시키는 당 조직 정치사업’, ‘일심단결의 위력으로 승리떨치리’ 등 당 영도의 중요성과 내부 결속을 강조하는 기사들이 주로 담겼다.

신문은 1면 논설을 통해 “온 나라가 경애하는 최고령(영)도자동지의 사랑의 친필서한을 받아 안은 크나큰 감격과 보답의 열정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전했다.

또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새해를 맞으며 보내신 뜻깊은 친필서한을 피 끓는 심장마다에 새겨 안고 온 나라 전체 인민이 새해진군의 첫 자욱을 힘 있게 내짚었다”며 김 위원장의 친필서한을 받은 내부 분위기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공개한 친필서한에서 “나는 새해에도 우리 인민의 이상과 염원이 꽃필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힘차게 싸울 것”이라며 “어려운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이 우리 당을 믿고 언제나 지지해주신 마음들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신문은 논설에서 “당의 영도 따라 힘차게 나아가는 사회주의 조선의 전진을 가로막을 힘은 이 세상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의 생명의 뿌리는 인민대중’이란 기사에선 “당은 인민과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었고, 언제나 인민을 하늘처럼 섬기며 혁명을 진정시켜왔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1일 새해를 맞아 전 주민 앞으로 보낸 친필 연하장 사진을 1면 전체에 실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


제8차 당 대회 개최를 앞두고 김 위원장을 향한 충성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내부 결속 다지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제8차 당 대회가 언제 열리는지에 대한 언급을 일절 없는 상태다. 앞서 북한이 당 대회 개최 시기는 1월 초순으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정보당국은 이날 4~5일경에 당 대회가 열릴 것으로 예측했었다.

지난달 30일 이미 각지에서 선발된 당 대표들이 평양에 올라와 당 대표증을 받는 등 당 대회 준비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친필서한’으로 신년사를 대체한 것으로 점쳐지면서 당 대회 개최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왔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까지 제8차 당 대회 개최 관련 소식은 없다. 조선중앙TV도 전날 오후 “당 제8차 대회를 뜻깊게 맞이할 일념”이라고 언급, 당 대회가 아직 열리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제8차 당 대회는 2016년 제7차 당 대회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두 번째 당 대회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실패로 끝이 난 미국 대선 이후 열리는 북한의 최대 정치행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번 당 대회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 김 위원장의 대외 메시지가 언급될 것으로 예측돼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노 콜싸인(No callsign) 트위터 캡처]


그러나 북한이 이례적으로 당 대회 개최가 임박한 시점까지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아 김 위원장의 대외정책 구상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는 것은 물론,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당 대회 개최가 임박하자 주력 정찰기를 대거 동원해 대북감시 수위를 높였고, 한국군 당국도 북한 동향 감시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이 당 대회를 전후로 열병식을 개최하고, 무력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노 콜싸인(No callsign)’ 등에 따르면 리벳 조인트(RC-135W) 정찰기는 전날 오전 서해에서 인천, 성남 일대 상공 방향으로 비행했다. 이 정찰기는 지난달 29일 남해안과 중부권 상공에서 잇달아 식별된 바 있다. 조인트 스타트(E-8C) 지상감시 정찰기도 지난 1일 오후부터 2일 새벽까지 인천 상공에서 충남 태안 방향으로 비행했다.

한편 제8차 당 대회를 앞두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당국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함경북도 주민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요즘 제8차 당 대회를 앞두고 도내 주민들의 불만이 거세다”면서 “당국이 당 대회를 빌미로 주민들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면서 생계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그동안 악성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조치로 잔뜩 위축됐던 주민들의 생계활동이 8차 당 대회를 앞두고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지적하며 “중앙에서 당 대회 개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주민들에 대한 당의 지시와 방침, 통제를 한층 강화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