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전망] 많이 올랐지만 더 오른다…백신이 열쇠

2021-01-04 10:03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2020년 주식시장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3월 감염병의 급속한 확산으로 미국을 비롯한 각국 주가지수는 급락했다. 그러나 위기 대처를 위해 돈을 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결국 넘치는 유동성은 시장을 밀어 올렸고, 백신의 개발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주요 주가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당수 글로벌 금융기업 전문가들은 시장은 2021년에도 상승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하고 있다. 다만 이미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기 때문에 일부 변수로 인해 변동성은 다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AP·연합뉴스]


◆급등한 시장 코로나19 상황이 변동성 키울 것

미국 증시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새 정부의 적극적 부양정책과 인프라 투자는 미국 경제는 물론 주식 시장에도 더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가 3800~44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12월 24일(이하 현지시간) 기준으로 지수가 3703.06인 것을 고려할 때 상승 폭은 올해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목표치를 3800포인트로 가장 낮게 잡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BOA 애널리스트인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은 백신 개발로 긍정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향후 시장에 부정적 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브라마니안은 "긍정적 상황에 대한 기대는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면서 "대신 백신 배포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악재나 경제 봉쇄의 장기화 등 악재가 떠오를 경우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치방크 역시 현재 주식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돼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부 주식들은 조정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많은 글로벌 투자사들은 S&P 500의 4000선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파이퍼 샌들러의 크렉 존슨 전략가 역시 풍부한 유동성과 새 정부의 대규모 투자 등을 배경으로 S&P500 지수가 4225 정도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2020년 후반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에 상승 과정에서 급등락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신 배포로 감염병 공포가 지금보다 현저히 줄어들 수 있는 연말에는 주가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게 존슨 전략가의 전망이다.

오펜하이머 역시 S&P 500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 스톨츠푸스 수석투자 전략가는 S&P500 목표치를 4300포인트로 잡았다. 스톨츠푸스는 공화당이 상원에서 반수 이상을 확보할 경우 법인세 인상 우려가 적어지면서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JP모건은 지속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가지고 2021년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무역전쟁, 코로나19 팬데믹, 미국 선거 불확실성 등 부정적 요소가 제거됐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JP모건은 S&P500 지수가 2021년 연초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연말에는 4400포인트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많은 증권사는 내년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열쇠는 백신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골드만삭스는 새 정부 출범보다 백신이 증시에 더욱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S&P500 목표치를 4300으로 잡은 골드만삭스는 경제회복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2022년 말에는 지수가 4600까지도 상승하리라 전망했다.

◆덜 오른 신흥국 관심

글로벌 자금은 위험 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주식이 고평가로 부담스럽다면 신흥국과 원자재가 대안 투자처로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코로나19 이후 민감 부채에 대한 부담은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덜하다"면서 "다른 자산에 비해 원자재 가격의 강세도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시장의 지수는 아직 부진하지만, 2021년 기업실적 기대는 높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향후 12개월 예상 EPS 증가율을 보면 브라질, 멕시코, 스페인, 이탈리아 등 중남미 신흥국과 유럽기업들의 실적이 미국과 중국보다 높을 것이라고 허 연구원은 내다봤다.

김경훈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신흥국 주식 중에서도 내년 이익 성장 흐름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건설, 반도체, 철강, 상사(자본재), 소매(유통), IT 하드웨어 섹터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흐름을 보여준 정보기술(IT) 섹터의 경우 중국과 신흥국들의 디지털 뉴딜 정책에 힘입어 추가 상승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비즈니스 경쟁력 확보 및 효율적인 IT 인프라 구축에 대한 수요가 클라우드 시장 성장을 더욱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인터넷·이커머스 시장 역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홍 연구원은 지적했다. "성장 초입에 있는 신흥국 이커머스 시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구조적 성장이 빨라졌다. 다만 단기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했던 온라인 소비로의 쏠림은 완화될 수 있지만, 한번 확정된 소비 경험과 패턴이 되돌려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아직 성장 초기 단계의 중국, 중남미, 인도 등 신흥국 시장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매우 큰 상황이라고 홍 연구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