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마친 카카오게임즈, '한국판 텐센트' 노린다

2020-12-28 13:53
내년 2분기에 신작 '오딘' 출격 대기... 한국 대만 시장 공략
이달 선보인 PC 신작 '엘리온'도 내년에 글로벌 출시
유망 게임 개발사 투자, 인수로 자체 개발력 확보 전략
증권가 "카카오 메신저, 생태계 활용 시 텐센트식 고성장 가능"

올해 카카오 계열사 최초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카카오게임즈가 신작 게임 출시와 유망 개발사 투자·인수 덕에 글로벌 게임사로 거듭나고 있다. 증권업계는 카카오게임즈가 카카오의 메신저 플랫폼과 마케팅 채널을 활용할 수 있고, 게임 개발사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점에서 '한국의 텐센트'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2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내년 2분기 중에 신작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한국과 대만에 출시할 예정이다. 오딘은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으로, PC와 모바일에서 구동되는 멀티플랫폼으로 개발되고 있다. 콘솔 게임에서 주로 사용하는 ‘3D 스캔’, ‘모션 캡처’ 기술을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카카오게임즈는 패션 코디 시뮬레이션 ‘앨리스 클로젯’, 핀볼 게임 방식의 액션 모바일게임 ‘월드 플리퍼’도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0일에 선보인 PC게임 ‘엘리온’을 내년에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등 해외 시장에도 선보인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9월 IPO 이후 확보한 자금을 게임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8일 넵튠에 1935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지분 31.66%)로 올랐다. 넵튠은 한게임을 이끌던 정욱 대표가 2012년 설립한 회사로, 최근 PC 게임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의 얼리 액세스 버전을 글로벌 PC게임 플랫폼 스팀에 출시해 주목받았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카카오게임즈는 앞서 게임·블록체인 기업 웨이투빗의 최대주주(지분 45.8%)에 올랐고, ‘달빛조각사’를 개발한 엑스엘게임즈를 인수하기도 했다. 엑스엘게임즈는 ‘바람의나라’, ‘리니지’ 등으로 유명한 게임 개발자 송재경 대표가 2003년 설립한 개발사다. 카카오게임즈는 투자한 회사의 게임이 흥행하면 해당 개발사를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퍼블리셔로서 입지를 다지면서도 게임 개발 역량을 강화하려는 게 카카오게임즈의 전략이다. 

2016년 게임 전문유통 기업 엔진과 다음게임의 합병으로 탄생한 카카오게임즈는 게임사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채널링 사업에서 전문적으로 게임을 서비스하는 퍼블리싱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해왔고, 유망 게임 개발사 인수로 자체 개발력을 키워왔다.

증권업계는 카카오게임즈가 카카오의 메신저 플랫폼과 콘텐츠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어 텐센트식 고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텐센트는 메신저 ‘위챗’의 이용자와 플랫폼을 마케팅 채널로 삼아 계열사와 제휴사들의 콘텐츠를 유통한다. 공격적인 M&A로 게임 개발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게임즈와 유사하다.

이진만 SK증권 연구원은 “텐센트의 성장 전략은 카카오게임즈의 대형 퍼블리셔 입지, 카카오의 메신저 플랫폼, 콘텐츠 생태계 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소수 기업만이 구현 가능하다”며 “성공 시 높은 성장성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남궁훈(왼쪽),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각자 대표[사진=카카오게임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