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 망중립성 향방은] ② 변화하는 EU·미국의 망 중립성 원칙
2020-12-28 08:02
미국의 경우 오바마 정부 당시 강력한 망 중립성 원칙을 확립했다. 2010년 제정한 오픈 인터넷 규칙(Open Internet Order)은 투명성, 차단금지, 불합리한 차별금지를 규정했다. VolP와 IPTV 등 특수서비스는 인정하되 일반 인터넷의 품질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2015년 오바마 정부는 한층 강화된 망 중립성 원칙을 통과시켰다. 당시 법안에서는 3G와 4G 같은 인터넷접속 서비스를 통신서비스로 분류해, 서비스를 지연하거나 대가를 받고 서비스를 우선처리하는 것을 금지하는 통신 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이후 트럼프 정부는 2017년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법안의 핵심은 인터넷접속 서비스를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정보서비스로 재분류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트래픽 관리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통신사업자에 부과했던 기존의 망중립성 유지 의무는 모두 폐기됐다.
다만 이후에도 미국에서 망중립성 원칙은 꾸준히 논란이 불거져왔다. 캘리포니아주는 아예 2018년 9월 별도로 망중립성 원칙을 강화하는 법안을 채택해 운영해왔다.
이번 미국 대선과정에서도 바이든의 민주당 선거캠프에서는 망중립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 역시 망중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15년 이후 모든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망중립성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EU는 전체적으로 자유로운 인터넷 접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향후에도 망중립성 원칙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EU는 망 중립성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5G 관련 기술에서는 인터넷접속서비스와 특수서비스를 분류해 운영하자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EU의 망중립성 원칙에는 기술 중립성이라는 개념을 포함했다. 기술 중립성은 특정 서비스에 대한 정책이 그 서비스 제공에 사용되는 기술을 차별적으로 취급하거나 특정 기술에 편향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에 따라 EU의 망 중립성 원칙은 3G와 LTE, 유·무선 등 인터넷접속 서비스의 기술 방식의 구분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7일 개정한 우리나라의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은 EU와 미국처럼 '특수서비스'라는 개념을 만들고 그 범위와 조건을 구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망 중립성을 '특수서비스'에 대해서만 일부 완화해, 다양한 네트워크 운영 기술을 활용해 VR과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융합서비스에 최적화된 차등적 접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안에는 EU가 채택한 '기술 중립성'이라는 개념이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슬라이싱 이외에 다양한 기술이 특수서비스와 일반 인터넷 서비스 모두에 사용될 수 있으며, 특수서비스와 일반 서비스를 구분짓는 기준은 그 서비스의 속성과 영향에 근거하도록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은 EU가 망 중립성 원칙을 엄격히 유지하면서도 일정 요건 하에 특수서비스 제공을 허용하고, 미국 바이든 정부가 망 중립성 원칙을 복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적 정책 동향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