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2021 아웃룩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치킨게임’ 약화...슈퍼사이클 호황 기대
2020-12-29 02:30
글로벌 IT기업, 데이터 구축 센터 구축 속도...서버용 D램 수요 증가
대규모 투자 부담...공급發 단가 상승 제한
대규모 투자 부담...공급發 단가 상승 제한
‘치킨게임’ 대명사로 불리는 반도체 산업은 이전 대비 그 경쟁강도는 약화된 모습이다. 국내 대표 산업이라는 점에서 내년에도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화를 게을리 할 수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치열한 수(數) 싸움은 지속될 전망이다.
올 초만 해도 암울했던 반도체 산업 전망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사태로 인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벨류 체인 붕괴를 우려한 수요자들이 주문량을 늘린 것인다. 2019년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확인, 화웨이 제재(2020년 8월 17일) 이후 중국 경쟁사(샤오미, 오포, 비포 등)의 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 주문 확대 전망이 반도체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메모리반도체 부문 중에서도 D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의 공고한 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간 지속된 ‘치킨게임’의 결과물이다. 반면 낸드플래시 부문은 6개사가 경쟁하고 있어 가격 측면 D램 대비 비우호적 사업 환경이 예상된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한 낸드 설비투자 확대를 2022년까지 공격적으로 유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상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D램과 낸드의 다소 상반된 행보에 2021년 메모리반도체 전반 수익성은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D램 중심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전이 예상된다. 특히 D램 부문은 공급 우위 사이클이 일단락된데 이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속속 데이터센터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어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2021년 반도체 기업의 낸드부문 투자가 집중돼 있어 수익성은 2022년부터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낸드는 투자 규모가 크고 연구개발비용도 높아 현 상황에서 가격 경쟁은 출혈이 불가피하다. 다만 업계 전반 통합 등 재편이 이뤄지고 있어 성장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낸드 시장은 규모 확대 여력이 D램 대비 충분하다”며 “산업 통합이 필요한 성장 사이클 국면에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메모리반도체 산업 전망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부문에서 충분한 수익성 확보가 예상된다. 낸드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부담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수급상 D램 가격이 2018년과 같은 호황을 누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는 수요 대비 공급이 지극히 낮은 수준에 있었던 탓이다.
고부가가치 무게추가 낸드에 이어 비메모리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산업 전반 ‘공격’과 ‘방어’ 모든 측면에서 피곤해질 수 있다. 국내 신평사들이 내년 반도체 산업 환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크레딧 전망에 별다른 조정을 하지 않는 이유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부문 치킨게임은 과거 대비 완화됐지만 이러한 상황이 단가를 크게 올릴 수 있는 여력은 크지 않다”며 “업계 전반 슈퍼사이클에 진입해도 시장점유율 고수 등을 위한 설비투자 등이 지속되는 탓에 자금유출에 따른 불확실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금 통제, 활용 등 그 효율성을 얼마나 높게 유지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시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