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 섬마을’ 고립 생활 해결한 공무원의 ‘주민 사랑’

2020-12-27 15:33

김근도 강원 화천군 간동면장[사진=박종석 기자]



한 공무원의 끈질긴 주민 사랑이 77년 만에 ‘육지 섬’에 갇힌 주민들을 고립 생활에서 벗어나게 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근도 강원 화천군 간동면장이다.

간동면 방천1리, 속칭 신내마을은 1943년 화천댐 건설로 육로가 단절돼 ‘육지 섬’으로 불렸다. 이 마을은 파로호에서 배를 타고 오가는 뱃길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겨울철 파로호 수면이 얼어붙으면 배가 못 떠서 발이 묶인다. 산으로 5.2km의 소로길도 있지만, 강추위와 눈으로 파묻힌 산길을 나이 든 노인들이 다니기는 불가능하다.

주민들은 고립된 환경 탓에 2년 전에는 설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을 헬기로 공수받았다. 3년 전에도 극심한 가뭄으로 먹는 계곡물이 마르자 배를 이용해 생수를 지원받는 등 장기간 불편을 겪으며 살아왔다.

2019년 9월 산림녹지과장에 임명된 김근도 면장은 이러한 주민들의 고통에 올 3월 임산도로 건설을 추진했다. 임도는 임업경영과 산림 보호 관리가 목적이지만 김 면장의 속내는 6가구, 10명의 주민이었다.

지난 17일 이 마을에 산길이 열렸다. 마을 숙원사업인 임도 건설이 마무리되면서 수십 년 만에 다시 육지로 돌아온 것이다.

김근도 간동면장이 직원들과 독거노인에게 전달할 화목을 차로 옮기고 있다. [사진=박종석 기자]



주민들은 육지 섬에서 벗어나게 해 준 화천군청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지난달 간동면으로 부임한 김근도 면장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신내마을 주민들은 김근도 면장의 주민 사랑이 없던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조현숙 방천1리 이장에 따르면 그동안 주민들의 20년 숙원사업인 임도 건설은 개인 소유의 땅과 산 등에 따른 협의 난항으로 진척되지 않았다. 그러나 3년 전 산림과장이었던 김근도 면장이 도·군유림을 이용한 임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뜻을 이루게 됐다.

조 이장은 “마을을 오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뱃길인데 겨울에 파로호가 얼면 위급상황 등이 발생해도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려웠다”며 “당시 산림과장이었던 김근도 면장이 마을 주민들의 고립된 생활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임도 건설을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근도)과장님이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우연인지 우리 마을 면장님으로 오셨다”며 “오자마자 산길이 뚫리고 독거노인들에게 화목도 4톤이나 지원해 줬다”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화목을 지원받은 김정환(80) 씨는 “이런데 살면 그러려니 해야지 하고 살았는데 장작을 많이 보내줘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김만옥(81) 씨도 “이제는 기력이 없어서 나무를 할 수가 없다. 고향이 좋지만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려고 했다”며 “고향을 떠나지 않게 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김근도 간동면장은 “임도 개통으로 고립된 신내마을 주민들과 어르신들의 생활환경이 나아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라며 “지금 마음이 너무 편하고 좋다”고 웃음을 보였다.

김 면장은 “나는 화천 공무원이다. 주민들 특히 취약계층을 위해 고민하고 일하는 것이 자랑은 아니다”라며 겸손해했다.

주민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마을 살리기 복지계획도 밝혔다.

그는 “주민들의 더욱 안전한 임도 이용을 위해 내년에 도로포장을 계획하고 있다. 또 그동안 가뭄에 계곡물이 말라 식수를 제공받아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제는 장비 이동이 가능해진 만큼 지하수 개발을 군청에 건의해 주민들이 물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돕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