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1차 지원금 효과 4조원… 직접 피해 맞춰 지원 집중 필요"
2020-12-23 10:01
코로나19 피해 큰 대면서비스 업종 매출 증가 효과 제한적
"경제주체별 피해 규모 수집·분석 체계 구축해야"
"경제주체별 피해 규모 수집·분석 체계 구축해야"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소득분위 등에 따른 간접적인 지원보다는 직접적인 피해 정도에 맞춰 소득지원을 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3일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한 가구소득 보전만으로는 피해가 큰 사업체의 매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전국민에 지급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비 진작 효과가 발생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입은 대면 서비스업종은 소비 진작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전국 카드매출 총액을 분석한 결과 사용가능업종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해 증가한 카드매출액은 4조원"이라며 "이는 투입재원 대비 약 26.2~36.1%"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 지원금 중 신용·체크카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금액은 11조1000억원에서 15조3000억원이다. 이번 분석에서는 상품권과 선불카드 지원에 따른 매출 변화는 제외했다.
소비 증대 효과는 해외의 선행연구와 유사한 수준이다. 대만에서 2009년 지급한 소비쿠폰의 소비 증대 효과는 같은 시기에 실시한 할인행사 영향을 포함해 24.3%로 나타났다. 2001년 미국의 세금감면 정책의 경우 한계소비성향이 20~40%로 추정된다.
보고서를 함께 작성한 오윤해 KDI 연구위원은 "소비쿠폰 형태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한 이후 원래 사용할 수 있었던 다른 소득에 대한 부분은 저축할 수 있어 효과가 26~36%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직후인 5월엔 1·2분위 저소득 가구에서, 6월에는 모든 소득분위에서 전년 동월 대비 카드 소비가 증가했다. 6월의 경우 전국 1인 가구 중 1분위(30만3000원)와 2분위(18만8000원) 가구의 카드소비 증가액은 3분위(16만9000원)와 4분위(11만2000원) 가구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났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소비 진작 효과는 선행 연구를 통해 기대한 만큼 발생했지만, 업종별로 보면 피해가 큰 업종에서는 효과가 제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증대 효과는 대면접촉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준)내구재와 필수재에서 크게 나타났다. (준)내구재는 10.8%포인트, 필수재는 8.0%포인트였다. 반면 대면서비스업은 3.6%포인트, 음식업은 3.0%포인트로 매출 증대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구체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전(16~18주)과 지급 후(20~25주) 기간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의 평균을 비교한 결과 여행업은 -61.1%에서 -55.6%로, 사우나 업종은 -26.3%에서 -20.9%로 (-61.1%→과 사우나 업종 등 대면 접촉이 요구되는 업종에서는 지원금 지급 이후에도 매출 수준이 크게 하회했다.
또한 방역상황도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약한 지역에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전년 동월 대비 카드소비가 전국 평균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며 "이는 소득지원 정책의 소비진작 효과는 방역 상황이 안정적일 때 충분히 발현됨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을 다시 지급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경제주체별 피해 규모에 대한 자료를 사전에 수집·분석함으로써 피해계층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식별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