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기부 세종시 이전,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만 생각해야"
2020-12-24 06:00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이전고시, 국무회의 의결 등 아직 필요한 절차가 남아 있지만 떠나려는 ‘중기부’와 붙잡으려는 ‘대전시’ 모두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전을 반대하는 대전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중기부의 세종시 이전이 명분이 없고 실리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지방으로 이전한 부처의 세종 이전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행정복합도시건설법’ 목적에 맞지 않고 대전청사에서 세종청사까지 물리적 거리도 멀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동안 대전 내 대덕특구 등 연구 인프라와 함께 중기부가 존재하여 수도권 다음으로 많은 벤처기업을 보유해 왔으나, 이전이 이뤄지면 지역 산업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반대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중기부 입장은 다르다. 대전과 세종시가 승용차로 30분 거리라고 하지만 교통량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1시간 이상 소요되는 만큼 업무외적인 시간과 비용소모가 극심하며, 업무와 인원이 늘어나면서 생긴 대전청사 내 공간부족 문제도 심화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또한 대전에는 이미 팁스타운, 스타트업파크, 한남대학교 스타트업파크 등 관련 산업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만큼 앞으로도 중소기업 기술창업의 허브로서 대전의 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각자의 입장이 있기에 함부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는 쉽지 않지만 어려운 문제일수록 가끔은 단순한 접근이 필요하다. 문제해결을 위해 원점으로 돌아가 애초에 중기부가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인지 생각해보자.
중기부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첫해,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보다 많은 정책적 역량을 투입하고자 기존의 산업부 외청이었던 중소기업청을 장관급 부로 승격시킨 조직이다.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정책기능’을 중심으로 조직된 다른 부처들과는 달리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이라는 특정 ‘정책대상’을 위해 만들어진 부처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애로는 금융, 세제, 판로, 인력, 환경 등 다양하다 못해 복잡하다. 그만큼 정책 개발과 제도 개선에 있어 다른 부처들과의 조율과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중기부가 세종시에 있는 다른 주요 부처들과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정책협업을 위한 부처 간 소통에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개별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현안해결을 위해 중기부가 있는 대전과 다른 주요 부처들이 있는 세종시를 왕복해야 하는 등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상황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청’에서 ‘부’로 한 글자를 바꾸는 데 20년이 걸렸을 만큼 중기부는 중소기업계의 숙원이었으며, 그만큼 많은 중소기업·벤처기업·소상공인들의 기대를 받으며 성장해 왔다.
그동안 조직과 기능, 인원을 꾸준히 보강해 왔지만 여전히 본부는 정부 대전청사에 차관급 청들과 머물러 있고, 중앙부처 중 홀로 대전에 남다 보니 가끔은 중소기업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리더십의 한계를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으로 오늘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소상공인이 처한 현실은 버겁고 다가올 미래는 무겁게 느껴지고 있다. 중기부의 세종시 이전은 단순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계 차원에서 그리고 국가 전체 차원에서 지금의 위기 극복과 10년, 20년, 30년 후의 청사진을 감안한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문제다.
아무쪼록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만 바라보며 중기부 세종시 이전의 현명한 결론이 이뤄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