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기상도] ‘다양한 시도’ 2021 시즌 라인업에 담은 ‘희망의 무대’

2020-12-22 08:00

파이프 오르간을 설명하는 박준호 오르가니스트(왼쪽)와 설명을 듣는 선우예권(중앙)과 하우스 매니저[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수면 아래서 분주히 움직이는 백조의 발처럼 공연계는 부지런히 2021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어둡고 긴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021년을 앞두고 각 단체들은 코로나라는 변수를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익숙했던 것에서 벗어나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시향은 지난 10일 “코로나19로 불안정해진 공연 진행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해가며 지속가능한 악단 운영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약 10여 년 동안 운영해 오던 연간 시즌제를 대신해, 출연진 및 프로그램의 세부 내역의 변동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단기 시즌 운영 방식을 택했다. 2021년 1~4월 공연 티켓 판매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4개월동안 총 13회(교향악 11회·실내악 2회)의 정기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모차르트 ‘레퀴엠’부터 진은숙의 신작까지, 시대별로 다양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정했다.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 부지휘자 윌슨 응, 데이비드 이 외에, 서울시향의 부지휘자를 역임한 성시연, 최수열이 포디엄에 오르고, 협연자로는 소프라노 임선혜, 피아니스트 임동혁,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등이 함께한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2021년 1~4월 역시, 청중과 연주자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출연진 섭외와 연주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티켓 판매는 ‘띄어앉기 좌석(한자리 띄어 앉기)’ 기준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연주자들이 많은 클래식 같은 장르가 코로나 변수에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 공연 관계자는 “해외 입국자 자가 격리 기간 축소 여부와 전 세계 코로나 동향 등 코로나 추이를 지속적으로 지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온라인 공연은 어쩌면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0년에는 변화의 가능성을 봤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1일 전한 ‘2020년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음악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18.2%가 코로나 이후 비대면 음악공연 감상을 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비대면 음악공연이 △집에서 편한 자세와 복장, 다른 활동 중에도 시청할 수 있음(30.0%), △비교적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적음(28.3%), △비용이 절감(14.4%) 등의 장점이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반면 △현장감이 부족함(39.3%), △공연이 몰입도가 떨어짐(20.1%), △아티스트를 직접 볼 수 없음(16.1%) 등을 단점으로 꼽았다.

온라인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유료화 부분이다.

이번 실태 조사에 따르면 ‘향후 비대면 음악공연 유료 결제 의향’에 대해 응답자의 39.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유의미한 데이터다.

뮤지컬계 역시 온라인 유료 공연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좌석점유율 70%를 넘기지 못하면 손익분기점 도달이 어려운 뮤지컬의 경우 팬층이 두터운 주연 배우들을 내세워 온라인 유료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에는 ‘모차르트!’·‘루드윅’·‘엑스칼리버’ 등이 온라인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예술과 기술의 만남은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롯데콘서트홀은 최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특별 도슨트로 나서 연주뿐만 아니라 투어를 이끌어가는 진행자로 활약하는 모습을 담은 가상 현실 콘텐츠를 만들었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2021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문화예술계는 다양한 실험들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 언젠간 뜰 태양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