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비웃는 시장...다음 풍선효과는?

2020-12-20 12:14
원주·춘천 등 강원도 뜬다…양주·일산 등 경기권 회귀 조짐도

부동산 대책 풍선효과[사진=연합뉴스]



규제 풍선효과로 전국 집값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가운데, 다음 풍선효과 지역으로 강원도와 수도권 규제 해제 지역이 꼽히고 있다.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정부가 36곳을 추가 규제 지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규제가 없는 곳을 찾아 부동자금이 이 지역들로 급격히 유입되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3분기 서울 거주자가 경기도를 제외한 지방 가운데 아파트를 많이 매입한 지역은 강원도로, 모두 815건을 차지했다. 도내에서는 원주시가 367건으로 강원도 전체 거래의 45%를 차지했으며, 춘천시가 121건(14.8%)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속초와 강릉은 각각 93건, 72건으로 나타났다.

춘천과 원주 등 강원도는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가 각종 부동산 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특히 강원도의 집값은 아직 바닥권인 데다가 집값과 전셋값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른바 '갭투자' 메리트도 가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원주시 무실동 '무실세영리첼2차' 전용면적 85㎡ 매매가는 지난 3일 3억5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됐는데, 지난달 21일 보증금 3억1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4000만원에 불과하다.

춘천시 후평동 ‘춘천일성트루엘더퍼스트’ 전용 69㎡는 지난달21일 2억88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으나, 전세가 역시 전달 2억6000만원을 찍었다. 2500만원 정도로도 충분히 갭투자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심지어 춘천 후평동 '석사주공2단지', 춘천 퇴계동 '뜨란채' 등 일부 아파트의 전세가는 매매가를 1000만원 이상씩 추월한 상태다. 

아울러 입주 전 단지의 분양권에는 1억원이 넘는 웃돈이 붙었다. 2022년4월 입주 예정인 춘천 온의동 '춘천센트럴타워푸르지오' 전용 85㎡의 분양권은 지난 12일 5억618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분양가보다 1억5000만원가량 뛴 셈이다.

현지에 따르면 발 빠른 외지 투자자들은 7, 8개월 전에 이미 해당 지역 아파트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춘천의 E공인 대표는 "엊그제 정부 대책이 나온 이후 아직까지는 매수 문의가 많지는 않지만, 외지 투자자들은 진작에 유입된 상태"라면서 "2000가구, 3000가구 대단지 중 한두 건이 호가가 확 뛴 매물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풍선효과 지역으로는 경기도가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양주시 옥정신도시를 비롯, 비규제 지역인 광주시 곤지암·초월과 고양시 일산 등으로 매수세가 회귀한다는 관측이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부가 돌려가며 집값 띄우는 꼴"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일산은 현재까지도 갭투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장기 미분양 사태가 났던 탄현동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착공 11년 만에 완판되며 미분양 오명을 벗었다. 현재 전용 96㎡는 지난 5일 7억8000만원에, 전용 60㎡는 지난달 25일 5억5000만원에 각각 신고가를 찍었다.

시장에서는 규제가 전체적으로 확산되면서 똘똘한 한 채로 회귀하는 현상과 함께 수도권 내 남아 있는 비규제지역의 집값마저 '키 맞추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매수세는 다시 수도권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투자 자본은 양적 투자에 집중했지만, 내년 6월 이후로는 다주택 매수에 한계가 생긴다. 올해가 지나고 나면 상승 동력이 발생할 수 있는 똘똘한 지역으로 다시 재진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