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3배 고금리 채권...금융공기업 '포용금융' 나몰라라

2020-12-16 19:06
-금융공기업 방만경영 논란...정권바뀌자 성과연봉제 철회
-고금리 채권 중기, 자영업자 부담 가중

금융공기업들의 도 넘은 특혜는 1%대 사내 대출뿐만 아니다. 일반 대기업보다 높은 연봉과 복지혜택을 받으면서도 성과평가는 최소한의 수준만 유지하고 있어 방만경영 등 금융공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비난이 크다.

또 최근 정부가 ‘포용적 금융’을 화두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공기업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 이자가 원금을 넘는 채무를 국민에게 부과하는 것은 정부의 포용적 금융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에도 여전히 고금리 채권을 청산하지 않고 있다. 
 
◆‘철밥통’ 깬다더니…보여주기식 급급 
금융공기업들은 대기업보다 많은 연봉과 함께 사내복지란 명목으로 대출규제를 우회하지만, 성과평가 측면에서는 최소한의 수준만 유지하고 있어 ‘특혜만 누리고 평가는 미흡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8개 금융공기업 정규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올해 기준 9034만원이었다. 지난해 평균 연봉 역시 9258만원으로 같은 기간 대기업 평균 연봉(7920만원)보다 1300만원 이상 많다.

문제는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금융공기업 대부분이 구시대적인 호봉제를 유지하며 최소한의 평가체계만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는 저성장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려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금융공기업의 경우 자동승급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가 국민 혈세 투입으로 이어지는 만큼, 임금 체계 개편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금융공기업의 연봉체계는 대부분 10년 전인 2010년 제시된 정부 가이드라인에 머물러 있다. 1·2급, 팀장·본부점장급을 대상으로만 성과연봉제를 적용해 최소한의 성과평가 체계만 가져가면서 '철밥통'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금융공기업은 인건비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성과가 나쁘면 연봉을 깎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지만, 정권이 바뀌자 서둘러 성과연봉제를 폐지했다. 신용보증기금은 2016년 성과연봉제 확대 방안 등 총 3회의 연구용역을 수행하며 2억8270만원의 예산을 집행해놓고도 성과연봉제 철회를 결정했다. 당초 약속대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과연봉제를 시행 중인 곳은 주택금융공사뿐이다.

‘모범적 사용자’인 금융공기업조차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은 물 건너갔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최근 들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직무의 난이도, 가치, 업무 수행 능력 등을 기준으로 한 ‘직무급제’ 도입 논의가 일고 있지만, 이마저도 이견을 보이면서 부실한 내부통제를 개선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고금리 채권 총 129만 646건...포용적금융은 어디로?

국내 금융공기업들이 보유 중인 고금리 채권도 논란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소득이 낮아진 서민들이 늘면서 고금리 연체이자로 이자가 원금을 넘어서고, 갚기는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 구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신용보증기금(신보), 예금보험공사(예보) 등 금융위원회 산하 공기업 4곳이 보유한 '이자가 원금을 넘은 채권'은 지난 8월 말 기준 총 129만646건이었다. 원금은 총 53조92억원, 이자는 149조2552억원으로 원금 대비 이자 비율이 281%에 이른다. 이자가 원금을 3배 가까이 웃도는 셈이다.

공기업은 주로 중소기업 등에 대출과 보증을 공급하고, 부실이 날 경우 채권 금융사에 대위변제를 하고 채무자에게 직접 회수를 진행한다. 상환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소수의 채권만 포기하고 나머지는 소송, 채무승인 등을 통해 시효를 연장하고 있다. 금융공기업이 나서서 연체이자율을 낮추고 장기채권들을 적극적으로 정리, 최소한 이자가 원금의 100%를 초과하는 부분은 회수를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은 높은 급여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과 스트레스가 적다”며 “온갖 특혜를 누리면서 최소한의 성과평가만 받는 건 도 넘은 특혜”라고 지적했다.

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인데도 불구하고 고금리 연체 이자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을 무색하게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