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8시간 줄서서 먹는 밀크티" 중국에 부는 차옌웨써 열풍

2020-12-17 02:00
스타벅스도 '넘사벽'···창사 밀크티 명물
저우제룬 '중국풍' 음악에서 영감···애국주의 열풍 속 인기몰이
헝그리 마케팅·SNS 소통 마케팅으로 젊은층 사로잡다
"늑대가 왔다" 시차·나이쉐더차도 '긴장'
3억명 인구가 마시는 밀크티···3년 새 갑절로 성장한 시장

이달 1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첫 오픈한 중국 밀크티 전문점 차옌웨써(茶顏悅色) 매장. 이날 매장 앞에는 새벽 6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정식 영업을 시작했을 땐 이미 길게 이어진 줄로 최소 8시간 대기해야 사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구매도 1인당 4잔으로 제한했지만 소용 없었다. 줄을 대신 서서 밀크티를 사다주는 심부름꾼, 브로커까지 나타났다. 사람들은 100~150위안, 많게는 500위안 이상씩 웃돈을 주고 밀크티 배달 심부름을 부탁했다. 차옌웨써 제품 평균가는 고작 15위안(약 2000원) 남짓이다. 
 

1일 우한시에 첫 개장한 차옌웨써 매장 앞에 긴줄이 늘어서 있다. 직원이 '여기서부터 8시간 대기하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사진=창장일보]


◆스타벅스도 '넘사벽'··· 창사 밀크티 명물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의 토종 명물, 차옌웨써 열풍의 현주소다. 차옌웨써는 창사에서 2013년 12월 시작한 밀크티 전문점이다. 7년 동안 오로지 창사에서만 영업을 했다. 창사에만 270개 매장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이젠 처우더우푸(臭豆腐·썩은 두부)와 함께 창사의 명물이 됐다. 창사에서만큼은 세계적인 커피체인 스타벅스도 맥을 못 춘다.

그런데 7년 내내 창사에서만 영업했던 차옌웨써가 이웃 동네인 후베이성 우한으로 진출한다는 소식에 우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중국 온라인매체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1일 차옌웨써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웨이보에서 ‘차옌웨써’ 관련 화제 클릭 건수는 7억4000만 차례에 달했다. 차옌웨써는 이미 중국 대표 밀크티 브랜드 시차와 나이쉐더차를 위협하는 인기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차옌웨써가 창사 이외 지역에 첫 매장을 오픈한 것에 중국의 다른 밀크티 경쟁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늑대가 왔다"는 말까지 나온다.
 

차옌웨써 매장 앞에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


◆저우제룬의 '중국풍' 음악에서 영감··· 애국주의 열풍 속 인기몰이

차옌웨써의 인기몰이 비결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첫째, 최근 중국에 부는 애국주의 마케팅 열풍 속에서 '중국풍'을 내세우는 차옌웨써가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주 뤼량(呂良)은 대만 유명가수 저우제룬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차옌웨써를 만들었다고 한다. 저우제룬은 서양 알앤비(R&B) 음악에 중국적 색채를 가미한 중국풍 노래로 유명하다. 차옌웨써도 중국식 전통차에 서양식 색채를 가미한 차 음료를 내세우고 있다.  

차옌웨써의 로고부터 중국 대륙의 냄새가 짙다. 붉은 빛깔의 팔각창 안에 남방풍 미녀가 둥근 부채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스타벅스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이라는 전설의 인어를 로고에 담은 것의 중국판 버전처럼 느껴진다. 밀크티를 담는 종이컵도 중국 전통 서화가 그림에서 따온 게 대부분이다. 차옌웨써가 사실상 젊은 층 사이에서 전통문화의 대명사가 된 셈이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맛도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았다. 차옌웨써 제품은 크게 녹차, 홍차, 우롱차 등 전통차를 베이스로 휘핑크림이나 밀크폼을 얹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파는 타피오카가 들어간, 이른바 대만식 버블 밀크티와는 다르다.

특히 차옌웨써는 스위스 식료품 브랜드 네슬레의 신선 우유와 동물성 휘핑크림, 수입 견과류를 가미해 고소한 풍미를 살렸다고 자랑한다. 이것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헝그리 마케팅·SNS 소통 마케팅으로 젊은 층 사로잡다

일부러 창사에서만 영업을 고집한 것도 전국적으로 매장을 늘리는 데만 바쁜 다른 음료 브랜드와 차별화되고 있다. 오히려 사람들이 차옌웨써를 먹기 위해 창사를 찾도록 하는 ‘헝그리 마케팅’을 벌인 셈이다.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에도 신경 썼다. 현재 중국 밀크티 소비자의 70%는 1990년대에 출생한 '주링허우(90后)'와 2000년대에 출생한 '링링허우(00后)'다. SNS에 익숙한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이 먹힌 것이다. 

심지어 “언제까지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느냐’ 등과 같은 고객의 비판과 조롱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여 이를 '소통의 마케팅'으로 활용했다. 지난 11월 누리꾼들을 모아놓고 온라인에서 차옌웨써에 대한 각종 비판과 조롱을 쏟아내는 ‘성토대회(吐槽大会)’를 열기도 했다. 

차옌웨써라는 브랜드를 아예 IP(지적재산권)화해서 디자인 상품도 내놓고 있다. 2015년 ‘즈후, 차예’라는 상품 브랜드를 출시해 티백, 찻잔, 텀블러부터 우산, 가방, 노트, 엽서, 티셔츠, 퍼즐, 휴대폰 케이스 등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다.

◆"늑대가 왔다" 시차·나이쉐더차도 '긴장'

이에 차옌웨써를 모방하는 짝퉁도 속속 등장, 각종 상표권 침해 소송에도 휘말릴 정도다. 중국 내 각급 법률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재판문서망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차옌웨써 관련 상표권 소송은 13건에 달했다. 현재 차옌웨써는 이미 563개 상표권을 등록해 놨지만, 여전히 짝퉁 상표가 범람하고 있다고 한다.

차옌웨써의 잠재력을 알아본 투자자도 밀려오고 있다. 차옌웨써는 2018년부터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톈투캐피털, 순웨이캐피털, 위안마캐피털, 위안성캐피털 등으로부터 자금도 유치했다. 지난 6월 중국 전자상거래 공룡 알리바바가 간접적으로 차옌웨써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도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3억명 인구가 마시는 밀크티··· 3년 새 갑절로 성장한 시장

아주경제DB


현재 중국 신식 차 음료 시장은 나이쉐더차(奈雪的茶)와 시차(喜茶) 두 브랜드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차는 2011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크림치즈를 얹은 차를 선보이며 중국 차음료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전국적으로 30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보다 4년 늦은 2015년 선전에서 시작한 나이쉐더차는 무설탕 차를 간판 상품으로 내놓으며 시차의 '느끼한' 크림치즈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무설탕 차와 유럽식 빵'이라는 조합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전국적으로 매장 수가 349개에 달한다.

한편, 중국 밀크티로 대변되는 신식 차 음료 시장 전망은 최근 빠르게 성장했다. 얼마 전 중국 CBN데이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442억 위안(약 7조4000억원)에 불과했던 중국 신식 차음료 시장은 올해 1000억 위안을 돌파, 내년엔 1102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중국 전체 차 음료 시장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수준이자, 커피시장 규모의 2분의1에 달한다. 다만 성장세가 차츰 둔화하면서 업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국 각지 밀크티 매장 수도 2017년 25만개에서 지난해 50만개로 2년 새 갑절로 늘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일부가 문을 닫으며 48만개로 줄었지만, 내년 다시 55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밀크티를 비롯한 신식 차 음료 소비인구는 지난해 3억명을 처음 돌파해 올해 3억4000만명, 내년 3억6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