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나빠도 고액연봉" … 보험사 CEO 기본급 비중 미국의 4배

2020-12-16 12:00
보험연, 장기적 수익확보 위해선 성과급 비중 늘려야

국내 보험업계가 저금리 장기화와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준비 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기본급 비중이 높은 현재의 CEO 보상체계를 성과급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성과가 나빠도 고액연봉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아주경제DB]


16일 보험연구원이 보험사의 2013~2018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보험사의 기본급 비중은 64%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보험사(16%)의 4배가량 높은 수치다.

국내 보험사 CEO의 기본급 비중은 2016년 69%를 기록한 이후 2017년 54%로 줄어들었지만, 2018년 68%로 다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성과보수 비중은 2016년 31%에서 2017년 46%로 늘었다가 2018년 32%로 줄었다.

실제로 국내 보험사 CEO들은 수십억원의 초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찬종 전 현대해상 사장이 33억4900만원을 받았다. 박 전 사장은 퇴직소득으로만 27억원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차남규 전 한화생명 부회장은 연봉이 33억2700만원이었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은 23억4600만원을 받았다. 정 회장은 급여 8억1300만원과 상여금 14억8500만원, 기타 근로소득 48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은 보유 중이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194억원 등 총 21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 밖에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15억1700만원),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14억7280만원), 현성철 전 삼성생명 사장(13억8000만원), 이철영 전 현대해상 부회장(12억7400원), 뤄젠룽 동양생명 대표(11억6000만원)가 10억원 이상을 받았다. 정문국 사장을 제외한 보험사 CEO 대부분의 지난해 보수는 기본 급여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보험연구원은 국내 보험사의 기본급(고정보수) 비중이 높을 경우 보험사의 지속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급 비중이 높으면, CEO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할 요인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보험연구원]


보험연구원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CEO의 성과보수 비중 확대 △성과보수에서 주식보상(스톡옵션, 양도제한조건부 주식 등)의 비중을 늘려 경영자들에게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CEO의 단기적 실적 추구나 과도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성과보수에서 이연지급의 비중 확대 △보상체계의 효과적 실행을 위해 CEO의 장기적 재임기회 확보 등을 제시했다.

보험연구원은 "CEO의 장기재임 기회가 늘어날수록 수익성과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상체계에서 성과보수 비중의 증가는 수익성과 장기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성과보수에서 이연지급 비중을 늘려 보험사의 장기수익성과 기업가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