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北 원하는 것, 美만 줄 수 있어...韓 대북 지원 제안은 유효"(종합)

2020-12-11 16:02
11일 美 아스펜연구소 안보포럼 기조연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미국 아스펜연구소 안보포럼에서 화상으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오직 미국만 제공할 수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미국 아스펜연구소 안보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복귀 여부와 관련해 이같이 답했다.

그는 "특정 시점에 다자 논의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지만,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 및 제재 완화 등은 오로지 미국이 제공할 수 있다며 북·미 양국이 북핵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힌 셈이다.

강 장관은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의지를 분명히 보이는 것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있어 중요하다며 "바이든 당선인이 개인적으로 나서지는 않더라도 정상급에서 연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북·미 비핵화 협상이 중단된 상태지만, 공식 발언들로 볼 때 북한은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고 협상을 계속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북한에 진정한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서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공개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또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긴밀히 공조하는 가운데 남·북·미 정상 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합의하는 성과를 이룬 바 있다"고 상기했다.

그는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협력, 인도적 지원 등 정부의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재확인했다.

아울러 미국의 차기 행정부와도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의 진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집중력과 인내, 용기가 필요하다"며 "중·일·러 등 주변국과의 공조가 요구된다고 하고, 강대국 간 경쟁으로 복잡해진 정세에도 불구하고 미 신 행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진전을 이뤄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역설했다.

강 장관은 또 차기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한·미 관계 전망에 대해 "새 행정부에서 매우 고무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와도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협력을 했지만, 대통령과 측근들의 독특함(unconventionalness)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우리는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등 현안을 긴밀히 협의할 수 있었다"면서 "서로 매우 다른 입장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합의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방위비는 새 행정부와 가장 먼저 협의해야 할 현안 중 하나"라며 "새 행정부와 동맹 관계 강화에 대해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미 동맹이 북한 도발 억제 및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안정과 평화 유지라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으며, 미국의 역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주도에도 기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민과 정부가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성취하는 데 있어, 미국의 굳건한 대한(對韓) 안보 공약 및 군사·경제·기술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고 평가했다.

강 장관은 또 한국이 국력 신장과 국제적 위상 제고에 따라 양자 및 다자적으로 역할을 확대해 왔고, 이를 통해 한·미 동맹이 보다 상호적이고 호혜적인 관계로 발전해 왔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이 동맹에 대한 기여를 지속 확대해 온 사례로 미국과 함께 △베트남·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참전 △해적퇴치 활동 참여 △평화유지군 활동 참여 △방위비 분담 △평택 미군기지 건설 △미국의 동맹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하는 점 등을 들었다.

더불어 "양국이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운데 다양한 지역을 대상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면서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 간 연계를 통해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에 있어 개발협력·인프라·에너지·인적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조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강 장관은 "앞으로도 한·미 동맹이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평화·안보·번영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여지가 크다"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이 가장 시급한 동맹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는 10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전략 하에서 한·미 협력의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화상 행사에서 "근본 원칙과 공동의 가치에 근거해 우리(한·미)는 신뢰와 개방성을 토대로 한 기술생태계를 구축하는 공동 목표를 위해 디지털경제영역에서 아주 잘 협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퍼 부차관보는 "우리 두 나라는 인도태평양에서 같은 목표와 우선순위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평화 및 안정 보장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강 장관은 끝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간 통화, 한·미 양국 의회의 한·미 동맹 지지 결의안 통과, 양국 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언급하며 "한·미 동맹의 미래 발전을 위해 미국 현 행정부 및 신 행정부와 긴밀히 공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행사를 통해 한·미 동맹을 지속 확대·강화시켜나가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미국 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아스펜연구소 안보포럼은 아스펜전략그룹이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 지역에서 개최하는 외교안보 분야 연례 포럼 행사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주요 인사들과의 화상면담을 연중 진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