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합의 없는 영국의 EU 탈퇴)를 두고 무역협정 등 미래관계 협상을 재개한다. 전환(이행) 종료 기한인 오는 31일 오후 11시까지 양측이 합의문을 비준하기 위해서는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집행위원회 본부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3시간에 걸쳐 저녁식사 회동을 하며 내년 1월 발효할 브렉시트 세부사항을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양측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회담 결과를 설명했지만, 그럼에도 '현격한 입장 차이를 확인했다'는 공통 답변을 내놨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며 "매우 큰 입장차가 존재하지만, 대화는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역시 "주요 의제에 대해 생생하고 흥미로운 토론을 했다"면서도 "서로의 입장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입장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 7일에도 관련 사안을 놓고 전화 회담을 했지만, 당시에는 "합의를 위한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밝히며 양측 모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 간 직접 회담을 통해 양측이 합의를 판가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협상 종료 대신 실무협상팀의 추가 활동 재개를 발표했다.

지난 2016년 영국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후 지난 5년 동안 양측은 제대로 된 합의를 내리지 못해왔다. 올해 1월 말 영국의 EU 탈퇴가 확정됐음에도 양측은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올해 말까지 전환 기한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올해 내내 협상에 매달려 왔지만, 여전히 합의 진전 상황은 미비하다. 특히, EU 측의 유럽의회 비준 일정에 맞추기 위해 양측은 지난 9일까지 합의문 초안을 내기로 했지만,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으며 이날 두 정상은 오는 13일까지 협상 기한을 다시 한 번 연장했다.

현재 양측 협상의 주요 쟁점은 △영국 해역에서 EU 각국의 어업권 유지 문제 △공정한 경쟁 환경 확보 △분쟁 해결의 거버넌스(협력) 등 3가지다. 특히, 협상 막바지로 갈수록 어업권 문제는 영국의 국경과 주권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매듭이 풀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EU 소식통을 인용해 "상당히 어렵지만, 그래도 타결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지적한 반면, BBC는 "이번 만찬은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였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고 영국이 아무 합의 없이 연말에 EU를 떠날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낮게 점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 상황과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양측의 경제 충격을 고려했을 때 무리라는 것이다.

덴마크 투자은행(IB)인 삭소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틴 제이콥슨은 CNBC에서 "여러 외교적 방법이 있다"면서 "그들이 필요하다면 시계를 멈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라 헤윈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애널리스트 역시 노 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확률은 30% 정도로 예측하고 전환 기간 연장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