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장대 탄소배출권 3기 점검] ⑦민간 LNG 발전사, 발전기 멈췄지만 '배출권 호황'

2020-12-11 07:30
매도자로서 상당한 재무적 이익 누릴 때
대형 중화학 기업은 구매 부담에 짓눌려

내년부터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3차 시행기간에 들어간다. 결론적으로 내년부터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할수록 더 많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해 기업의 재무 상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후장대업체들은 탄소배출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기에 더욱 우려가 커진다. 탄소배출권 3기 시행에 앞서 아주경제가 중후장대업체들의 재무상황을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면서 국내 대형 중화학 기업은 재무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 생산 확대와 규제 강화에 따라 배출권 구매 부담이 커진 탓이다. 반면 탄소배출권 매도자인 민간 LNG 발전사는 상당한 재무적 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전력 생산보다 배출권 판매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발전기는 멈췄지만 발전사는 전에 없는 '배출권 호황'을 누리고 있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민간 LNG 발전사의 재무실적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개별 기준 2017~2018년 각각 10억원과 7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다 지난해 549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포천파워의 영업이익은 2017년 423억원에서 지난해 676억원으로 59.81% 늘었다. 같은 기간 GS파워는 2017년 1228억원에서 지난해 1635억원으로 33.14%, GS EPS도 1135억원에서 1325억원으로 16.74%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사진=각 사]

실적이 급격히 개선됐으나 이들의 전력 생산은 오히려 이전만 못한 수준이다. 이들의 발전기 이용률(가동률)을 살펴보면 GS EPS는 2017년 40%에서 지난해 35.8%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GS파워의 안양 사업소 이용률도 2018년 49.5%에서 지난해 42.5%로 줄었다. 부천 사업소 이용률은 37.3%에서 25.5%로 급락했다. 포천파워는 이용률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으나 생산실적을 보면 2017년 414만MWh에서 지난해 272만MWh로 축소됐다. 그나마 포스코에너지의 이용률은 같은 기간 51.9%에서 66.4%로 늘었다.

때문에 산업권과 신용평가사에서는 이들 민간 LNG 발전사가 탄소배출권 판매로 재무적 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포천파워는 지난해 탄소배출권 판매로 165억원의 이익(전체 영업이익의 24.41%)을 냈다고 밝혔다.

민간 LNG 발전사가 탄소배출권 매도자로 오히려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은 우선 이들이 생산 규모 이상 넉넉한 탄소배출권을 할당받은 덕이다. 민간 LNG 발전사도 탄소배출량이 많은 석탄 발전사 등과 함께 엮여 탄소배출권을 할당받은 결과다.

추가로 지난해 탄소배출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민간 LNG 발전사가 발전기를 운영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보다 발전기를 멈추고 배출권을 매각하는 편이 더 이득이 될 정도로 가격이 급상승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초 2만5000원 수준이던 탄소배출권(KAU19) 가격은 연말 4만원이 넘을 정도로 크게 올랐다.

다만 문제는 민간 LNG 발전사가 언제까지 탄소배출권 매도자로 남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3기(2021~2025년)에는 산업별·기업별 무상할당량 규모가 상당히 변할 수 있다. 지금까지 넉넉히 할당받았던 탄소배출권이 갑자기 줄어들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제 3기에서는 대부분 기업에 대한 배출권 무상할당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 LNG 발전사도 언제까지 배출권 매도자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포스코에너지 인천 발전소 전경.[사진=포스코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