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잡겠다던 HUG, '부당심사'로 분양가 300만원 올렸다

2020-12-11 00:00
감사원, 10일 주택도시보증공사 정기 감사결과 발표
대전 유성 아파트 분양가 평당 725만원→1050만원
본사vs지사 서로 책임 미뤄…"경징계 이상 징계처분"

[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 발급 독점권을 부당하게 사용, 통제해야 할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가를 오히려 올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HUG는 2016년 8월부터 공사 내부 규정에 따라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신규 분양하는 사업장의 분양가가 인근 비교사업장의 분양가를 초과하는 경우 분양보증을 거절하는 방법으로 고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10일 감사원이 HUG의 주요 사업을 중심으로 감사를 진행한 결과, 고분양가 사업장에 대한 분양보증 심사 및 협의 업무 부당처리로 대전 유성 소재 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325만원이 높게 측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15조에 따르면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는 사업주체는 공사로부터 ‘주택도시기금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분양보증을 받아야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문제는 HUG가 독점적으로 분양보증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못하면 입주자를 모집할 수 없어 주택건설사업자는 사실상 HUG가 제시한 상한액 이하로 분양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HUG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비교사업장을 선정하는 등 분양보증 심사를 명확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HUG 본사와 지사는 2019년 8월 대전 유성 대광로제비앙(816가구)에 대한 분양보증 발급을 위한 비교사업장을 선정하면서 0.2㎞ 떨어진 B 사업장(990가구, 심사상한액 3.3㎡당 725만원)이 1순위 비교사업장인 것을 알고서도 이를 제외했다. 그러곤 5.4㎞ 멀리 있고, 단지규모, 브랜드 기준이 충족되지 않은 C 사업장(1142가구, 심사상한액 3.3㎡당 1149만원)을 비교사업장으로 선정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감사원은 HUG 지사의 분양보증 심사·발급 담당자가 대광로제비앙의 시행사 요청에 따라 B 사업장을 비교사업장에서 제외해도 된다는 본사의 답변을 받고, 이를 지사장과 팀장에게 구두보고하고 분양보증 심사조서를 작성·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대광로제비앙 시행사는 B 사업장이 한국토지공사(LH)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비교사업장에서 제외해달라고 HUG 지사의 분양보증 심사·발급 담당자에게 요청했다. 그러자 이 담당자는 본사에 B 사업장이 2019년 9월에 준공 10년이 다 되어간다는 이유를 들며 비교사업장에서 제외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고, 이를 지사장과 팀장에게 구두로만 보고했다. 지사장과 팀장은 담당자의 구두보고만 믿고 B 사업장의 제외 사유를 추가 검토하지 않았다.

그 결과 B 사업장을 비교사업장으로 선정했을 때보다 3.3㎡당 325만원이 높은 1050만원(보증금액 2005억원)이 분양가 심사 상한액으로 분양보증이 발급됐다. 감사원이 추산한 총액 기준으론 485억원이 높았다.

감사원은 “시행세칙 제4조 제4호에 따라 준공사업자 중 비교사업장은 준공 후 10년 이내 사업장을 원칙으로 하나, 영업부서장이 적정하다고 판단하면 10년 초과 사업장도 비교사업장으로 선정할 수 있다”며 “LH 사업장 등 공공아파트를 비교사업장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대광로제비앙과 C 사업장의 가구수가 크게 차이 나고, 브랜드 기준 검토에서도 C사업장의 공동시공자 2곳 중 시공능력평가액 순위가 높은 ㄱ 업체(22위)를 기준으로 브랜드를 비교했어야 하는데 52위인 ㄴ 업체와 잘못 비교해서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검토했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의 이런 지적에도 HUG 지사 관계자 3명은 본사의 협의 의견을 받아들여 보증을 발급했다며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본사 담당자는 자신의 협의 의견은 참고사항일 뿐이라며 최종 결정을 내린 지사 측의 잘못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HUG 사장에게 지사 직원 3명은 업무 태만, 본사 1명은 협의 업무 부당처리 등을 이유로 공사 ‘징계규정’ 제5조에 따라 징계처분(경징계 이상)을 내릴 것을 문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