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중동vs바이든의 중동] ②21세기 중동의 설계자?...'두 정권의 두뇌' 쿠슈너-설리번

2020-12-10 06:00
예일대 수재, 설리번 vs 하버드대 사업가, 쿠슈너

"이란과의 핵합의는 지구촌 핵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있어 가장 모범적인 사례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오른쪽).[사진=AP·연합뉴스]


과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란 핵협정(JCPOA)을 평가한 발언이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 이란과의 핵협정을 이끌어낸 실무자는 바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였다.

특히, 설리번은 2012년 7월 이란과 미국 행정부의 물밑 접촉부터 실무를 총괄한 인물로 꼽힌다.

이란 핵협정 자체가 그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 설리번은 당시 실무 상관이었던 블링컨 지명자에게는 "이데올로기의 대변인(이데올로그)이 아닌 합리적 실용주의자"라는 평가까지 받기도 했다.

1976년생, 만 43세인 설리번은 1950년대 이후 가장 젊은 국가안보보좌관이 될 예정이다.

이미 예일대 재학 시절부터 걸출한 토론과 글쓰기 실력으로 눈에 띄는 '수재'였으며, 로즈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프에 합류하며 정계에 발을 들였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힐러리 당시 국무장관을 수행해 전 세계 115개 국가를 방문했다.

향후 바이든 행정부에서 블링컨이 국무장관으로서 전체 동맹 관계를 아우르고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외정책을 관장한다면, 설리번은 우선 미국의 이란 핵협정 복귀와 함께 중동 정세를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일 설리번 지명자는 한 행사에서 "우리는 이란 핵협정 복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중동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간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외교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설리번은 '실용주의자'라는 평가처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바레인 등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수교한 것은 중요한 성과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실제 그는 외교관이 다자주의를 중심으로 대외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미국 국내 문제에 소홀하거나 미국의 국익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냉정한 분석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정책을 관장한 재러드 큐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구상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가장 총애하는 딸인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으로 지난 4년간 '투 톱 비선실세', '막후 실세' 등의 평가를 받아왔던 쿠슈너는 2016년 트럼프 정권 초기부터 백악관의 각종 중동정책을 기획해왔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중동평화안'과 현실적인 두 국가 해법, 아브라함 협정까지 모두 쿠슈너의 작품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미국의 중동 지역 대리인으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는 등 이들 정책에서 유대인이자 부동산 개발 기업인 쿠슈너그룹 집안에서 태어난 하버드대학 출신 사업가인 그의 색채가 묻어난다.

다만,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2인자의 자리에 오른 쿠슈너는 공감능력과 도덕의식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