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도파민 이용해 박테리아 쉽게 검출하는 기술 개발

2020-12-07 13:32

도파민은 자체 중합 반응에 의해 형광나노입자의 발광을 억제하는데, 박테리아 존재시에는 도파민 중합반응이 억제되어 나노입자의 형광 신호가 회복된다(커버 이미지 일부 활용).[사진 = 카이스트]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성질을 이용해 박테리아(병원균)를 쉽게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카이스트(KAIST)는 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 화학과 이해신 교수 공동연구팀이 도파민의 반응을 이용해 병원균의 생장과 항생제 내성을 광학적으로 측정하고 맨눈으로 실시간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도파민은 산소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다른 물질의 도움 없이 자체 중합반응(두 개 이상 결합해 큰 화합물이 되는 일)이 일어난다. 이렇게 중합된 도파민 고분자는 짙은 갈색을 띠고, 다양한 물질 표면에 흡착해 층을 형성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병원균이 생장하는지, 항생제 내성를 갖는지를 육안·형광으로 동시에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현재 사용되는 디스크 확산 검사나 균 배양 분석에 대비해 시간이 짧고 중합효소 연쇄 반응(PCR 검사)과 비교할 때도 전처리 과정이 필요 없는 간편한 기술이다.

실험에는 박테리아의 생장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소재인 덱스트란으로 형광나노입자를 제조해 사용했다. 도파민과 나노입자가 첨가된 용액 내에서는 도파민의 산화와 자체 중합반응 때문에 용액의 색이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하지만 박테리아가 용액 내에 존재하는 경우 박테리아 생장 때문에 산소가 소모돼 도파민의 자체 중합반응은 저해되고 용액의 색깔은 투명하게 유지된다. 나노입자의 형광 신호 역시 원래의 신호를 유지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향후 생체 내에서 도파민 등 카테콜아민의 역할과 작용을 다양한 생체 모델에서 밝히는 연구로 발전시킨다면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현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도파민의 자체 중합반응을 생체 시스템에서 규명한 연구로 큰 의미를 가진다”며 “이를 박테리아 생장 및 항생제 내성의 실시간 검출에 적용할 수 있어 기존의 미생물 배양법보다 신속하게, 그리고 PCR 검사보다 간편하게 진단이 가능해 감염병 확산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나노과학기술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 이주훈 학생이 제1저자로, 나노과학기술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 류제성 학생과 생명과학과 강유경 박사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에 11월 3일자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