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진 경제 곧 살아난다" 투자자들 배팅에 '금값'된 구리

2020-12-07 16:30
구리 가격 8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

구리, 철광석 등 산업용 금속 시장이 뜨겁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계기로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원자재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산업용 금속 가격이 최고가 기록을 다시 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6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3개월물 선물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연초 대비 26.01% 뛰며 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철광석 선물 가격 역시 지난 4일, 1t당 141.53달러를 기록하며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연초 대비로는 50%가량 폭등했다. 알루미늄과 아연 등 기타 산업용 금속의 선물 가격 역시 연초 대비 10% 넘게 뛰었다.
 

철광석, 구리, 알루미늄 선물 가격 추이[그래프=WSJ 캡처]


특히 구리는 건설·제조업 등에 두루 쓰이는 데다 다른 상품(원자재)에 비해 지정학적 영향을 적게 받는다. 가격 움직임이 경기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해서 시장에서는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라고 불린다. 구리 가격이 오른다는 건 그만큼 향후 경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금속 가격 강세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이라는 호재를 만난 게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는 이달 중에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상당수 인구가 백신을 맞게 되면 팬데믹으로 멈춰 섰던 경제가 다시 움직임을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WSJ은 "최근 몇 달간 미국과 중국의 공장 가동이 가속화되면서 금속류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제조업 분야의 경우 여행·레저 등 서비스업과 달리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연과 알루미늄 등 기타 산업용 금속의 선물 가격도 호황을 맞았다. 아연 및 알루미늄 제품 전문 제조업체 임페리얼 징크의 제이 샌들러 대표는 "자동차 회사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직원들이 초과 근무를 할 정도로 상황이 나아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는 중국의 제조업 경기 역시 금속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탰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은 중국은 지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5.7을 기록하며 크게 고꾸라졌다.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은 11월 제조업 PMI가 52.1을 기록하며 2017년 9월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를 다시 썼다.
 

[사진=AP·연합뉴스]


더욱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목전에 두고 있는 점도 원자재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긴장의 끈이 팽팽했었다. 이에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원자재 수요 역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을 촉발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 1월 20일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과 함께 종료되면서 무역 시장에 드리운 불확실성이 다소 걷히고 있다. 이에 원자재 시장도 활기를 되찾는 모양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구리 순수입이 역대 최대인 44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도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미국의 추가 부양책 관련 논의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 움직임, 페루 등지의 광산이 팬데믹 여파로 문을 닫으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는 점 등도 금속류 가격 상승에 보탬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류 전문 헤지펀드 드레이크우드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릴리 상무는 "아주 크진 않지만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면서도 "현재 산업용 금속류에 대한 전망은 10년 전보다 밝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