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자료삭제' 산업부 2명 구속 "혐의소명"...1명 기각

2020-12-05 00:10
감사 앞두고 자료 444개 삭제 혐의

검찰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관련 내부 자료를 대량 삭제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지난 4일 구속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오후 2시 30분부터 7시 20분께까지 4시간 50분가량 A씨 등 산업부 국·과장급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4일 밤 법원은 A국장과 B서기관에 대해 영장을 발부했다. C과장에 대해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A국장과 B서기관에 대해 "주요 혐의사실이 소명됐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C과장에 대해선 "범죄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 염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지난 2일 대전지방검찰청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고발사건을 수사하면서, 피의자 사이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국장 등은 지난해 11월께 감사원 자료 제출 요구 직전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대량 삭제하도록 지시·묵인·방조한 혐의(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건조물 침입 혐의) 등을 받는다.

A국장은 C과장에게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고를 받는다. A국장는 하급 직원 B서기관이 그해 12월 2일 월요일 감사원 감사관 면담 일정이 잡힌 것을 알았다. 그러자 A국장은 B서기관에게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444건을 삭제할 것을 지시를 내렸다.

B서기관은 전날인 일요일 늦은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자부 사무실에 들어가 2시간가량 자료를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처음엔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제목을 바꾸는 작업을 하다가 관련 자료가 방대하자 파일과 폴더를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삭제된 자료 가운데 324개는 디지털포렌식 방법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120개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면서 수사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윗선을 겨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5~6일 산업부, 백 전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자택·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한편 녹색당과 시민단체 등은 지난달 12일 최재형 감사원장 등 감사관들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이들은 최 원장 등이 월성 1호기 감사 과정에서 강요·협박,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을 통해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를 부당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1부(양동훈 부장검사)에 배당됐으며,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