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산저축은행 피해 그 후, 9년] 마지막 한가닥 희망..캄보디아 사업부지, 또 다른 암초
2020-12-04 16:56
캄코시티 일부 원주민에 반환ㆍ분리… 채권부지 줄어 피해자 변제 우려
지난 2011년 3만 8000여명, 626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입힌 이른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9년이 흐른 현재, 원금의 일부조차 상환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한 가닥 희망이었던 캄보디아 신도시 사업 부지가 공중 분해 위기에 놓였다.
캄보디아 현지 제보인 A씨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 캄코시티 사업 시행사인 W회사에 대한 주식반환청구소송에서 채권자인 예금보험공사측이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 후, 9개월이 지났지만 예보와 정부 등에서는 채권확보를 위한 후속조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자, 해당 사업 부지 80ha 중 일부에 대해 원토지 소유주들이 캄보디아 프놈펜 지방법원에 분할청구 및 소유권 반환 청구에 관한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3.2ha는 원토지 소유주들에게 돌아갔다.
연이은 승소 소식으로 최근 제기된 소송에서는 그 단위 면적이 더 넓어졌다. 80ha의 10%에 해당되는 8ha에 대한 분할 및 소유권 반환 청구 소송 재판이 진행됐다. 현재 이 8ha에 대해 W사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분리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다른 부지 8ha에 대한 소송도 이미 진행 중에 있다. 지난 12월 1일 프놈펜 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이 열렸다. 이 소송도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법원이 원주민들에게 손을 들어준 가능성이 높다는게 현지의 분위기다.
캄코시티의 자산 가치는 약 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분위기라면, 80ha의 25%가량인 20.9ha가 원 토지 소유자, 원주민들, 또는 다른 누군가(?)에게 되돌아갈 위기에 놓인 상황에 처해 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곳 땅 10ha(약 3000평)가 400억원 정도에 거래가 된다고 한다. 이 시세라면 적어도 800억원 이상이 공중 분해된 셈이다. 이 금액만큼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변제해 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캄보디아, 즉 캄코시티 사업 부지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자, 제보자 A씨 등 현지 거주 한국인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제보자 A씨는 " 현재 줄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민간인 소유 토지 약 30ha가 전부 소송으로 이어지고, 패소하게 된다면 1000억원 이상의 국부가 유출될 절박한 상황"이라고 제보했다.
하지만 예금보험공사는 캄코시티 사업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의 40% 지분을 가진 ‘W’사 대표 이모 씨가 경영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의 동의 없이는 사업을 정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보는 채권 80ha 중 일부가 이미 분리 되고 난 후, 지난 10월 중 '토지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해, 간신히 급한 불은 막은 상황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현재 80ha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고 있다. 주식반환청구 소송에서 예보가 60%의 지분을 가졌지만,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 모씨의 승인 없이는 W사의 매입, 매출 장부 등의 정보를 열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현재 W사가 캄코시티 현지 부지를 매입할 때 어떤 땅을 매입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며,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분리 소송 중인 부지가 초창기 매입한 땅인지 조차도 파악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예보는 의결권 가처분 취소 소송을 신청했고, 법원의 결과만 노심초사 기다릴 뿐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캄코시티 주식반환 청구 소송 승소 이후, 지난 9개월 동안 채권 반환을 위한 적법한 절차를 진행해 왔다. 그에 따른 소요기간도 필요하고, 보안 문서, 내용들이 많아 일일이 진행되는 상황들을 알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토지 분쟁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고, 소문도 무성했다. 현재 원주민들의 분화 또는 부지 소송에 대해서는 W사 장부에 기재되어 있는 채권에 속한 토지인지를 먼저 확인해 봐야 알 것 같으며, 현지 조사를 해 봐야 더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경영권 확보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법원의 결과가 나오면, 그 진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한 현지에서는 W사와 원주민 공모해서 이러한 분리, 반환 소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고 한다.
제보자 A씨는 "W사와 원주민이 공모해 예전에 매각 계약을 한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 소송을 제기하고, 자연스럽게 W사가 항소 기일을 넘겨 패소한다고 한다. W사의 재산 은닉의 한 방법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다수의 원주민과 관계인인 W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도 예보는 어떠한 법적 대응도 할 권리가 없음을 알고 지능적으로 법을 이용해 토지를 매각하는 것"이라고 풍문으로 떠 도는 소문에 대해서도 진위를 파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와 관련해 W사와 이모 대표이사 박탈 등 추가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와 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앞장 서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국회의원은 "캄보디아 현지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다. 중국 자본이 투입됐다는 등 부지 매각에 대한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사실 관계 확인이 먼저이며, 그 후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제보자 A씨는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됐다. 그러나 올해로 9년, 곧 10년 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해결에 대해서는 답보상태이다. 오히려, 채권 부지 등이 조각나고, 분해될 지경으로 놓인 만큼, 사건 해결을 위해 예보나 정부의 발 빠른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제보하게 됐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결코 좌시할 수 없었다.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같은 마음으로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해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촉발시킨 캄코시티 사건의 핵심 인물인 W사의 이 모 대표이사는 불기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 중에 있다. 2000년대 부산저축은행에서 2369억원을 대출받아 캄보디아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캄코시티 사업을 추진했지만 무리한 부동산 파이낸싱으로 파산했다. 이에 따라 대출액을 회수하지 못한 부산저축은행도 함께 무너지면서 2011년 3만8000여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했다.
어렵사리 돈을 모아 아무런 의심없이 은행에 저축한 죄밖에 없는 일반 서민들의 꿈을 한 순간에 빼앗아 버린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그 당시 피해자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의 고령자였다. 이들도 이제 70대를 바라본다.
금융위원회가 자산규모 업계 1위로 꼽히던 부산저축은행 계열사에 부실 금융기관이라며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120여개에 달하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4조원가량을 부당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들이 벌였던 대부분의 사업을 정리해 매각금의 일부를 피해자들에게 돌려줬다. 하지만 여전히 원금의 일부조차 상환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곳곳에서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 정리 되지 않은 캄보디아 신도시 사업 즉, ‘캄코시티’ 사업에 마지막 끈을 붙들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희망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