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과 돌봄] ① 전업주부, 하루의 절반 이상 자녀 돌봄에 썼다

2020-12-04 08:00
전업주부 돌봄에 대한 스트레스도 증가… 45% "혼자 있는 시간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치원과 학교 개학이 미뤄지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자녀 돌봄 부담도 급증했다.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월간 노동리뷰에 '코로나 팬데믹과 자녀 돌봄의 변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0~12세 자녀를 한 명이라도 둔 전업주부가 자녀 돌봄에 사용하고 있다고 인식한 시간은 12시간 38분으로 코로나19 이전 대비 3시간 30분 늘어났다고 밝혔다.

전업주부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하루 평균 9시간 3분 가량을 자녀 돌봄에 사용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전개되자 자녀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녀 돌봄 시간이 폭증한 것이다.

맞벌이 부부 중 여성의 무급 자녀 돌봄 시간도 늘어났다. 코로나19 이전에는 5시간 3분을 자녀 돌봄에 사용했으나 이후에는 6시간 47분으로 1시간 44분이나 증가했다.

남성의 돌봄 시간도 늘었지만 여성에 비해서는 절대량이 크진 않았다. 맞벌이 부부 중 남성의 돌봄 시간은 코로나19 이전 3시간 9분에서 3시간 54분으로 늘었다. 홑벌이 남성의 경우 3시간 1분에서 3시간 30분으로 29분 늘어나는 데 그쳤다.

돌봄 부담은 여성에게 더 많은 휴가를 사용하게 하고, 임금노동 이탈까지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월별 고용동향에 따르면 3월부터 10월까지 여성의 전년 동월 고용률 감소폭은 남성을 상회했다. 반대로 실업률은 2020년 5월에는 4.5%까지 상승했다가 8월에는 3%로 낮아졌다. 이는 여성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은기수 "코로나19 상황은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자녀 돌봄시간을 요구했을 게 분명하다"며 "맞벌이 부부 가구의 일하는 여성은 자녀 돌봄이 들이는 시간을 늘이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업주부 응답자는 자녀 돌봄에 들이는 절대적인 시간 뿐만 아니라 돌봄 분담비율도 증가했다고 인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는 자녀를 돌보는 데 배우자를 포함한 여러 주체들 중 자신이 70%를 담당하고 있다고 인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되면서 분담비율은 80%로 증가했다.

자녀 돌봄 시간의 절대적 증가는 돌봄에 대한 태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맞벌이 부부 중 여성은 자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았다고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80.8%로 높았다. 맞벌이 부부 남성 역시 긍정적 응답이 71.8%를 차지했다.

반면 홑벌이 가구의 남성과 그 배우자인 전업주부의 인식은 맞벌이 부부와 차이가 컸다. 남성의 경우 코로나19로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증가한 것에 대해 81.1%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반면 전업주부의 긍정 응답 비율은 65.8%로 네 집단 중 가장 낮았다.

은 연구원은 "맞벌이 부부는 돌봄시간의 상대적 증가량이 컸지만 돌봄 분담비율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신적 만족의 증가로 인식했다"며 "전업주부에게 자녀 돌봄은 일차적 임무이고 평소에도 전적으로 돌봐왔는데 돌봄 시간의 증가는 스트레스 증가로 인식되는 면이 다른 집단 대비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