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찬스' 노린다...트럼프, 백악관 떠나기 전 '무더기 사면' 할 듯

2020-12-03 10:21
차기 행정부의 정치보복 우려한 선제적 조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기 전 무더기 사면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현지시간) CNN,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 집무실을 떠나기 전에 대규모 사면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대상에 오른 건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과 최측근이다. 지난주까지 트럼프는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의 사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방카 트럼프 등 자녀 3명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 등도 사면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차기 행정부의 보복을 우려한 선제적 조처로 읽힌다.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러시아 측과 접촉했다는 의혹에 연루된 바 있다.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바이든 당선인의 차남 헌터를 수사하라는 압력을 넣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ABC방송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선제적 사면 논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심리를 받았던 올해 초 시작됐고, 최근 들어 그의 가족과 측근들도 사면 대상에 오르며 논의가 다시 일어났다"고 전했다.

미국 대통령은 범법행위 혐의를 의심받지만,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은 이들은 사전에 사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선제적 사면권이다. 통상적인 일은 아니지만, 선례는 있다.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자 직을 승계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30일 만에 '닉슨이 재직 중 저지른 모든 범죄'를 사면한 바 있다.

한계도 있다. 연방법 위반 혐의에 한해서만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수사가 이뤄질지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 사면으로 가족이나 측근을 보호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에 대한 연방법 위반 혐의가 제기된 적이 없는데 선제적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