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슈가의 '수능 후기' 다시금 화제...솔직+담백한 위로에 팬심 뭉클
2020-12-02 16:41
화제가 된 글은 슈가가 지난 2015년 방탄소년단의 공식 트위터에 올린 '수능 후기'로, 당시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자신의 경험담과 느낌을 담백하게 서술하며 위로를 전하는 내용이었다.
과거 수험생이었던 슈가는 연습생 신분으로 BTS 멤버들과 숙소 생활을 했다. 가족과 떨어져 살며 서로 의지가 되어주던 일화, 수험장으로 향할 때 느꼈던 설렘과 긴장감 등에 대한 소회는 현재까지도 매해 수능 시기마다 재조명돼 수험생들에게 위로가 되고 있다.
아래는 2015년 슈가가 트위터에 쓴 '수능 후기'를 가름한 것.
안녕하세요. 슈가인데요. 오늘이 2015 대입 수능 전날이다 보니 제가 수능 쳤던 해 수능 전날이 생각나네요.
대구에서 올라온 지 딱 일 년하고 며칠 지난 날이었는데, 부모님과 떨어져 살다 보니 도시락을 싸줄 사람이 없었죠. 하하하.
잠이 안 와서 몇 시간을 뒤척거리는데 밖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렸어요. 그래서 '아 얘네(멤버들)가 도시락을 싸고 있구나' 생각을 했죠.
그런데 깨어있기도 오래 깨어있었고, 도시락 싸는 거 다 알고 있는데도 문 밖으로 못 나가겠더라고요.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도 그냥 자는 척했죠. 중간중간에 깨어있나 확인도 하더라고요. 껄껄. 열심히 자는 척함.
멤버들 중에 처음으로 수능 치는 거다 보니 얘들도 떨렸나 봄. 나보다 지들이 더 난리났어요ㅋㅋ 솔직히 그때 화장실 가고 싶어서 힘들었음. 모른 척 하는 건 더 힘들었고ㅋ
(다음 날)도시락 받아 들고나가는데 동생들이 시험 잘 치라고 파이팅을 해줬어요. 그때는 내가 숙소에서 맏형이었으니 다 동생이었지.
아침 일찍 수능장으로 가는데 괜히 떨렸어요. 수능장이 다행히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옆 학교라서 걸어갔죠. 목도리 칭칭 감고. 데뷔 초에 자주 하고 다니던 회색 목도리, 그거였어요. 정확하게 기억해. 그 있잖아, 회색 칭칭 감고 다니던 목도리. 그거 나 서울 올라오기 전에 엄마가 사준 거였음.
가로수길 가로질러서 수능장을 가는데 진짜 시간이 느리게 갔어요. 슬로 모션처럼 17살 때부터 작업실 스튜디오 오가면서 솔직히 공부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런 나마저도 떨리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떨렸는데, 얼마나 떨리겠습니까 여러분은.
수능장 들어갈 때 녹차랑 초콜릿, 사탕 등등 주는데 하나 주길래 하나 더 달라고 하고 들어갔어요. 여러분들도 하나 더 받아서 들어가세요.
여하튼 동생(멤버)들이 신신당부하며 꼭 점심 시간에 도시락통 열어보라고 해서 점심 시간이 오기까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점심 시간 때 도시락 통을 열었는데, 닭 가슴살 요리랑 밥, 소시지, 계란말이... 연습생 때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냥 숙소에 있는 재료로 해줬는데 혼자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다 식은 닭 가슴살 씹기도 힘든데 맛있게 먹었어요. 그런데 도시락통 옆에 A4용지가 여러 장 있었어요. 뭐지? 하면서 보는데 편지였어요. 편지지 살 돈도 없어서 숙소에 굴러다니는 A4용지에 편지 써서 준거였죠. 솔직히 조금 감동받았어요. 아, 울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수능 시험 다 치고 운동장 가로질러서 나오는데 다시 편지 읽으면서 나왔어요. 그 학교 운동장 넓어서 한참 걸었죠.
숙소에 갔는데 동생들이 시험 잘 봤냐고 물어봤어요. "잘 봤을 리가 있겠냐. 그냥 시험지 잘 보고 왔다"고 했어요.
시험 치고 온 그날도 못잤어요.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허무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그랬는데 너희라고 안 그럴까. 그러니 긴장하지 말고 떨지 말고 차분히 시험 봐라. 모르면 3번 찍고.
솔직히 학창 시절 기억에 남는 일 있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이야기한다. 진짜 기억이 안 난다. 18살 이후의 학창 시절은 특히 더.
18살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고등학교 3학년이 아니라 연습생 1년 차, 2년 차였으니까. 정말 수능장 갈 때 떨렸던 게 사실 설렜던 것이었을지도. 18살 이후로는 수학여행이고 소풍이고 못 갔으니.
내일 수능 보고 마음껏 놀아요. 잘 치든 못 치든 12년간 지겹도록 경쟁만 했으니 놀아야지. 술은 먹지 말고. 20살 되면 마셔. 난 수능 치고 그날 연습했어. 그리고 숙소에서 다 같이 밥 먹었다.
그렇게 수능 보고 멍하니 며칠 있으니까 스무 살. 나의 스무 살 1월 1일은 술도 아니고 클럽도 아니고 가족과 함께 부산에 간 것이었다. 정말 바다밖에 안 보이는 이상한 곳이었지. 난 스무 살 되면 정말 뿅! 하고 인생이 스펙타클해지는 줄 알았어.
그런데 안 그렇더라. 수능도 그렇고 스무 살도 그렇고 다 특별할 줄 알았는데 별거 없었다.
그러니까 떨지 말라고. 별거 아니니까. 주관식 모르겠으면 0, 아니면 1이더라. 난 0으로 했던 것 같다. 맞았는지 틀렸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