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못막은 3자연합, 한진칼 지분 ‘50%+1’ 확보도 사실상 불가능
2020-12-02 17:00
KCGI, 10%가량 인수시 추가 유동주식수 700만주 수준
경영권 분쟁 재점화 시 소액주주도 참여 가능성 높아
유동주식수 감소시 상장폐지 부담...KCGI 자금회수 차질
경영권 분쟁 재점화 시 소액주주도 참여 가능성 높아
유동주식수 감소시 상장폐지 부담...KCGI 자금회수 차질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이승련 부장판사)는 지난 1일 KCGI가 한진칼을 대상으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한진칼의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경영권 방어 목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조 회장 측과 한진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3자연합은 그간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조 회장 측 지분율을 앞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에 산은이 한진칼 제3자 유상증자에 참혀하면서 보유하게 되는 지분(10.6%)을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가정하면 조회장 측 지분율은 47.2%가 된다. 3자연합 보유 지분율은 40.4%로 낮아지면서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KCGI는 법원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항공업 재편에 대한 고민과 제3자배정 유증 문제에 대한 지적이 합당했으며 시간과 결과가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 전문경영인체제 도입과 독립적 이사회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다면 주주들과 함께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3자연합이 지분율을 50% 이상 끌어올릴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지난달 12일 KCGI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주식 550만주를 담보로 메리츠증권으로부터 1300억원을 대출받았다. 한진칼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려는 목적이었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매각한다고 발표하자 기존 계획은 중단된 상황이다.
3자 연합이 한진칼 지분 ‘50%+1’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 10%(약 4500억원)가량을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 이 때 산은·조원태 회장 측과 KCGI 세 주체의 합산 지분율은 98%에 달하게 돼 유동주식수는 2% 수준에 불과하다. 자금조달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실질 유동주식수는 제로(0) 수준에 가까워진다.
한국거래소는 분기 월평균거래량이 유동주식수의 1% 미달 시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2분기 연속 지정 사유가 해제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다만 월간 거래량 1만주 이상, 소액주주 300인 이상이 20% 이상으로서 100만주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한진칼 총 발행주식수는 1억7000만주이며 유증 이후에는 3억5000만주로 늘어난다. 3자연합이 10%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가정하면 유동주식수는 700만주 수준이다.
그간 한진칼 경영권 분쟁 관련 이벤트 시기를 제외하면 한진칼의 일평균 거래량은 약 14만주다. 상장폐지는 물론 관리종목 지정 기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유동주식수는 2000만주가량으로 주식유동성 위험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3자연합이 지분을 늘릴수록 전체 거래량은 전반적으로 감소되는 모습(경영권 분쟁 이벤트 시기 제외)을 보였다. ‘50%+1’ 지분율을 확보한다면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영권 분쟁에 따른 주가 상승을 노린 소액주주들도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적다.
실제 한진칼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는 “한진칼 주식을 산지 1년이 다 돼 간다”며 “기업가치 제고보다 경영권 분쟁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진칼이 유동주식주(700만주) 부족으로 상장폐지 기준을 충족하는 상황 전개는 분명 극단적 시나리오다. 다만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동안 소액주주가 좀처럼 물량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고 시장에 물량이 아예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때 3자연합은 예상보다 빨리 이사회 등을 장악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한다. 상장폐지로 이어진다면 KCGI는 엑시트(자금회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3자연합이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 시나리오는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많은 소액주주들이 (경영권 분쟁으로) 한진칼 주식에 관심을 가졌고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며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많이 오른 탓에 또 다시 관련 이벤트가 발생하면 ‘마지막 베팅’이라는 생각에 지분을 내놓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 유동성은 더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