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대, 삼성 첫 사장단 인사 키워드 ‘후진 양성’... 회장 승진은 ‘유보’

2020-12-02 18:39
경륜 있는 부문장ㆍ신임 사장단 함께 배치... 자연스런 세대교체 포석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 재판 중... 회장 승진 서두르지 않을 듯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첫 삼성 인사의 방점은 세대교체를 위한 ‘후진 양성’에 찍혔다.

코로나19의 재확산과 미·중 갈등 심화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경륜이 있는 부문장과 신임 사장단을 함께 배치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뤄내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포석이다. 더불어 자신의 회장 승진은 유보함으로써 충분한 사회적 동의를 받는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2일 사장 승진 3명, 위촉 업무 변경 2명 등 총 5명 규모의 보임을 변경하는 ‘2021년 인사’를 단행했다.

이 부회장이 2016년 본격적으로 삼성전자를 이끈 이후 둘째로 작은 규모의 사장단 승진 인사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7년 7명, 2018년 1명, 2020년 4명의 사장 승진 인사를 실시한 바 있다. 2019년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연루 의혹’으로 인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번 인사의 가장 특징은 소비자가전(CE)과 반도체 등 향후 삼성전자 주요 부문장을 이을 인물들이 전면에 배치됐다는 점이다. CE 부문의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한 이재승 부사장이 대표적인 예다. 생활가전 출신의 최초 사장 승진자로 기록된 이 부사장은 향후 김현석 CE 부문장(사장)을 대신할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반도체 부문의 핵심인 메모리사업부장과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으로는 각각 이정배 부사장과 최시영 부사장이 승진 발령됐다.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을 보좌하며 회사 내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CE, DS와 함께 삼성전자의 핵심인 IT·모바일(IM) 사장 승진 인사는 없었다. 지난 1월 IM부문 무선사업부장에 선임된 노태문 사장이 차기 부문장 후보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에 유임된 김 부회장과 김 사장, 고동진 IM 사장 등 각 부문 대표이사 3인과 함께 ‘안정’ 속 ‘혁신’이라는 삼성전자의 2021년 화두를 풀어나간다. 이후 큰 이변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뤄낼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호실적을 거둔 상황이라 성과주의 삼성전자는 각 부문장을 교체할 명분이 없었다”며 “다만 ‘이재용 시대’를 맞아 젊은 피 수혈에 대한 요구도 있었던 만큼 사장급에서는 변화에 힘을 실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부회장의 혁신에 대한 갈망은 각 계열사 수장의 교체에서 드러났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인사는 점진적 변화를 추구했지만, 상대적으로 유연한 계열사에서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는 최주선 부사장이 승진 임명됐다. IT 계열사인 삼성SDS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는 황성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이 내정됐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는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안정 속 변화를 추구한 것이 특징”이라며 “곧 단행될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도 큰 틀에서 사장단 인사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삼성 인사에서 가장 큰 관심거리 중 하나였던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당분간 유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아 회장의 별세로 그의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다.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지금의 자리에 오르면서 4대 그룹 중 이 부회장만 ‘회장’에 오르지 못했다.

다만 국정농단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 국민적 공감대도 얻기 힘든 만큼 서두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는 성과주의에 바탕한 안정 속 변화를 추구한 것이 특징”이라며 “곧 단행될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도 큰 틀에서 사장단 인사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