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늘길 또 닫힐라…기업들 '예의주시'

2020-12-03 03:00
응우옌쑤언푹 총리 코로나19 재확산에 국제선 여객기 입국 중단
"베트남 정부 조치 지켜봐야…국내 기업 영향 적을 것"

베트남 정부가 국제선 여객기의 베트남 입국을 중단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조치다. 베트남에 생산거점을 둔 한국 기업들은 현지 사업에 차질이 생길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베트남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인 1일 내각회의에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는 국제선 여객기의 입국을 잠정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푹 총리는 귀국하는 베트남 시민이 돌아오는 일부 전세기만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베트남에는 9000여개의 한국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정부가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가는 입국을 금지한 뒤에는, 전세기를 통한 '기업인 특별입국'을 이용해 출장을 이어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3월 박닌성에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공장 개조 작업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엔지니어 400여명의 '예외입국'을 허용받은 사례가 있다.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요 계열사와 협력사 직원들을 베트남에 파견했다.

앞서 9월 말 정부 역시 베트남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인천-하노이·호찌민 등의 노선 운행을 재개하기로 한 상황이다. 다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출발해 베트남에 도착하는 일반 노선 운항은 이뤄지지 않았다.

베트남에 거점을 둔 국내 기업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사업에 영향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세기를 통한 특별입국 길마저 막히게 될 경우, 현지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하노이 인근 박닌성 옌퐁 공단에 있는 스마트폰 OLED 모듈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도 호찌민에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TV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생산을 위한 제조설비를 구축 중이다.

LG전자도 스마트폰을 비롯한 자동차 부품과 생활가전 등을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LG디스플레이도 같은 지역에서 OLED 모듈 생산 시설을 가지고 있다.

다만 당장은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까지 베트남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1만8000여명의 한국인 특별입국을 허용한 만큼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베트남은 현재까지 외국인 입국이 아주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제일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제외 베트남인"이라며 "외국인에 대한 정부 조치는 내부에서도 정리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속통로 합의 마무리가 안 되어 확정시기가 일정부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며 "우리 기업인들이 들어가는 데 어떤 영향을 줄지는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인들의 특별입국은 사례별로 인정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양국 정부는 기업인 입국 절차 간소화(신속통로)를 제도화하기 위한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 있는 국내 생산 시설들의 경우 우선적으로 현지에 어느 정도 인력이 있기 때문에, (입국이 안 된다 해도)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생산시설의 경우 자사 직원들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들도 수시로 오가야 해서 베트남 정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공장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