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전세 2호' 안암생활, 베일 벗었다...주변 시세 절반

2020-12-01 14:45
1인가구 위한 '기숙사형 주택'

LH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 전경[사진=박기람 기자]

# 인천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던 프리랜서 작가 권혁택씨(32)는 정부의 호텔개조 청년주택 '안암생활'의 입주예정자다. 일정한 수입이 없던 그는 창작자 특별전형으로 월 35만원의 전용면적 13~17㎡형의 복층방 입주에 성공했다. 권씨는 "큰 경제적인 부담 없이 서울 라이프를 즐길 수 있고 로망이던 복층에 살 수 있어 120%, 150% 만족한다"고 전했다. 

'호텔전세 2호' 안암생활이 1일 베일을 벗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주택 운영기관인 사회적기업 아이부키㈜와 협력, 준공 8년차인 성북구 안암동의 리첸카운티 호텔을 리모델링해 안암생활을 만들었다.

안암생활은 반경 1.5㎞ 내 고려대, 성신여대, 한성대 등 3개 대학이 있어 상당한 입지적 메리트를 자랑한다. 총 122호 규모로, △전용 13~17㎡ 복층형 56호, △전용 13~17㎡ 일반형 64호, △전용 26~30㎡ 장애인형 2호의 원룸형 주거공간과 다양한 커뮤니티시설로 구성돼 있다. 사실상 기숙사형 1인 주택인 셈이다. 임대 기간은 2년씩 최대 6년이다. 

직접 방문해 본 안암생활은 1인 가구가 생활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구성이었다. 개별 방마다 바닥 난방, 개별 욕실, 빌트인 시설(침대, 에어컨 등) 등 풀옵션이 들어간다. 방마다 취사·세탁 시설이 없는 대신 공유주방·공유세탁실·코워킹스페이스, 루프탑 라운지 등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지하층)이 마련됐다. 주차는 모두 23대가 가능하다.

임대료도 시세에 비해 저렴하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7만~35만원으로, 시중 임대료의 45% 수준으로 공급된다. 권씨는 "과거에 살던 월 55만원짜리 신림동 원룸보다도 방이 크고 저렴하다. 복층에서도 5만원이 더 비싼 35만원 월세를 선택했는데 부담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관리비는 6만원정도다.  

입주자는 지난 8월 매입임대주택 입주자격을 갖춘 19~39세 청년으로 운영기관을 통해 모집을 완료했다. 지난 30일부터 입주를 진행 중이다. 입주자들은 대학생·취준생·프리랜서 등 다양한 청년으로 구성됐으며, 이 가운데 대학생 비율은 28% 정도로 파악됐다. 

특히 문화예술가·크리에이터·브랜딩 등 활동 경험자들은 우선선발돼 창작·창업공간과 휴식공간을 갖춘 복층형에 입주한다.

기준은 앞으로 더욱 유연해질 전망이다. 이달 중으로 사회주택 입주자격은 청년·대학생에서 고령자,신혼부부가 추가된다. 입주자격 소득기준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70%(185만원)에서 120%(317만원)로 상향 조정된다.
 

안암생활 내 창작·창업·예술 활동의 결과물을 판매·홍보할 수 있는 창업실험가게 ‘샵인샵'(지상1층) [사진=박기람 기자]

특히 안암생활은 크리에이티브 공용공간이 대거 마련돼 눈길을 끈다. 창작·창업·예술 활동의 결과물을 판매·홍보할 수 있는 창업실험가게 ‘샵인샵(지상 1층)’을 운영해 청년 1인 브랜드를 지원한다. 

공유회의실, 창업실험가게 등 공용공간의 일부는 입주 청년 외 인근 지역 주민과 함께 공유하며, 온라인 전용앱 ‘안암생활’을 통해 전공서적, 면접에 필요한 정장 등 생활물품, 재능, 지식 등을 공유하게 된다. 

박세영 LH 사회주택선도사업추진단장은 "안암생활은 (숭인동 호텔전세 등) 기존 모델을 벤치마킹해 보완해 나왔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범 사업인 안암호텔이 베일을 벗은 가운데 향후 호텔전세 사업 계획에 눈길이 쏠린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호텔 리모델링을 통해 1000가구 정도를 청년 1인 가구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000가구까지 물량이 풀리긴 어려울 전망이다. 

박세영 단장은 "호텔 전세로 만들 수 있는 호텔 물량 원재료 자체를 언급한 것"이라면서 "사업 공모가 접수되는 상황을 봐야 향후 계획을 만들 수 있다. 12월 사업설명회 이후 정식 물량이 측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