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코로나 빚'...금융당국 "향후 단계적 상환 검토"

2020-11-29 19:00
-금융당국 긴급 대출지원금 출구전략 검토 중

코로나19로 단행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개인 채무자에 대한 금융지원 규모가 250조원을 넘어서자 금융당국도 단계적 상환 등 출구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대출 원금 및 상환 유예 조치가 실시됐지만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차주들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빚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향후 코로나 상황 진정 시 대출금을 바로 회수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나눠 갚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긴급대출 자금 회수는 최대 몇년에 걸쳐 진행될 수도 있다. 금융권도 코로나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단계적으로 축소될 수 있어 이에 대비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금 회수 일정 및 유예기간을 얼마나 두느냐가 관건"이라며 "내부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시장에 집행된 대출금은 250조원을 육박한다. 코로나 지원 프로그램이 바로 중단될 경우 대규모 부실 폭탄이 불가피하다. 2월 7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금융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위해 집행한 금융지원 규모는 총 235만9000건, 250조9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신규 대출과 만기 연장 규모는 총 198조3000억원이다. 신규 대출이 88조1000억원, 만기 연장이 110조2000억원이다. 나머지 52조7000억원은 보증 지원이다. 정책금융기관에서 신규 보증 19조7000억원, 보증 만기 연장 33조원의 지원이 이뤄졌다. 

지원내역을 보면 정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에게 연 1.5%의 금리로 3000만원 한도로 유동자금을 빌려주는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그 결과 1차 대출 프로그램은 14조7000억원이 집행돼 정부 목표치인 16조4000억원의 90%가 소진됐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소상공인 2차 대출 프로그램도 총 2조8000억원이 나갔다. 시행 초기 1000만원이던 대출 한도는 9월 23일부터 2000만원으로 올랐고, 1차 대출과 중복 수혜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개편 전 74억원이던 하루 평균 대출액은 개편 후 549억원으로 늘어났다. 아울러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출과 보증 지원도 확대됐다.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중소·중견기업에 우대 대출을 시행하도록 해 지난 3월 16일부터 지금까지 22조6000억원의 대출이 나갔다. 목표금액 21조2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은행권도 현 시점에서는 대출 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이지만 긴급금융지원이 종료되는 코로나 이후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 대출 연체율은 2007년 이후 최저, 은행 부실채권 비중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 주도에 따라 금융권의 대출 원금 및 상환 유예 조치가 단행되면서다. 정부는 개인 채무자에 대해 가계대출의 원금 상환을 내년 6월까지 유예해주기로 했다. 당초 올해까지 지원 기간을 연장했으나,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면서 추가 유예 조치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득이 감소한 개인은 원금 상환을 내년 6월 이후로 유예할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약 7개월간 9925건(753억원)의 원금 상환 유예가 이뤄졌다.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은 내년 3월까지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 상환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내년 이후가 문제다. 긴급대출 규모가 커지자, 금융권도 대손충당금을 쌓는 등 금융부실에 대비 중이다. 대손충당금은 은행들이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에 대비해 쌓아두는 금액을 의미한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지난 9월 말 기준 130.6%로 1년 전보다 20.8%포인트나 높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6월로 대출금 만기 일정이 연장 됐지만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부실이 본격화 될 수 있다"며 "부실이 수면위로 드러날 경우를 대비해 충당금을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