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지원 "산후조리원, 우리의 이야기"···연기인생 20년 새 인생캐릭터 '만족'
2020-11-27 10:40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에서 최고령 산모 현진 역을 맡아 열연한 엄지원이 또 하나의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 코믹은 물론, 멜로, 액션까지 모두 소화해온 엄지원은 이번에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엄마'를 연기하며 공감을 얻어낸 것. 엄지원에게 산후조리원은 어떤 의미였을까. 아주경제가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4일 8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김지수 극본, 박수원 연출)은 엄지원의 인생 연기를 가감없이 담아냈다. '산후조리원'은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 병원에서는 최고령 산모 현진이 재난 같은 출산과 조난급 산후조리원 적응기를 거치며 조리원 동기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엄지원은 그중 최고령 산모인 오현진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공감 가득한 연기를 전달했다.
특히 '산후조리원'은 매회 진행되는 파격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었었다. 엄지원과 박하선, 장혜진, 최리 등의 연기력이 남다른 현실감으로 시청자들을 몰입시켰고, 매회 등장하는 B급 스타일의 연출력이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하며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산후조리원'은 "좋은 엄마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다. 아이와 함께 행복한 엄마"라는 의미 있는 대사를 남기며 종영, 완벽한 마무리를 선보였다. 최종회는 전국 기준 평균 4.2%, 최고 5.6%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동 시대에 살고 있는 평범한 한 여자의 성장이야기라는 관점에서 제가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기쁘고, 함께 울고 웃어 주시고, 공감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엄지원은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애틋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어요. 작품을 끝내면 “잘 끝났다” 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있지만 이번 작품을 끝내고 “우리도 다시 모일 수 있을까?” 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아직 현진을 떠나보내기 아쉽다"라고 밝혔다.
산후조리원은 수많은 맘 카페 회원은 물론 남성들도 공감하는 드라마로 화제가 됐다. 이런 반응을 엄지원은 예상했을까?
"바로 내 옆에 그리고 내 삶 속에 있는 이야기지만,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친근하게 느끼신 것 같아요. “저거 내 이야기인데?” 라는 생각 때문에 좋아해 주지 않으셨나 생각이 듭니다. 촬영하면서 출산이나 육아에 경험이 없으신 분들도 좋아해 주실까 우려도 있었지만, 특히 실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사하게도 많이 사랑해 주셔서 기뻤어요."
엄지원은 시청자들이 "진짜 산모같다" "출산했을 때가 생각난다" 등 실제 자신들과 동일시하는 반응이 가장 기뻤다고. 산후조리원은 오직 출산을 중심으로 여성의 감정 변화부터 워킹 맘, 모성애 등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소재를 다뤘기 때문에 더욱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 경험이 없는 엄지원으로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터.
이에 대해 엄지원은 "대본을 읽었을 때 너무 재미있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리원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 한정된 사람들이 드라마틱한 감정들을 겪어내는 게 마음에 들었고, 출산을 통해 한 순간에 최연소 상무에서 최고령 산모 로 사회적 위치가 확 대변되는 설정이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그 중 가장 좋았던 건 시의성을 가지며 코미디적 요소를 담고 있는 작품들을 하고 싶었는데,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더욱 끌렸죠. 또 1부 저승사자 신을 읽고 욕심이 났어요. 아이를 낳다가 생사의 경계에 놓이지만 불굴의 의지로 돌아오는 모습이 캐릭터를 너무 잘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내게 “이렇게 만들어보면 좋겠다” 키를 쥐어 줬던 장면이었어요. 이를 통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기기도 했어요."
전작 '방법’과 너무나 다른 연기 변신인데 주어진 역할에 맞게 바로 변신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엄지원은 "연기 변신이라기보다, 작품 속 역할에 맞게 연기해요. '방법' 같은 경우 차갑고, 지적인 프레임 안에서 절제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약간의 답답함이 있었지만 산후조리원 현진의 경우 드라마틱한 감정들을 갖고 있기도 하면서 정극과 코미디를 넘나들며 중간중간 상상신들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지점이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어 가보자 라는 생각을 했죠. 배우로서 항상 연기를 하면서 조금 더 보여주고 싶은데 현진이는 그런 부분들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산후조리원 촬영을 하고 지금 방법 영화 촬영에도 연기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드라마 방법과 같은 인물이지만 조금 더 편안하게 리액션하고 연기하게 됐습니다."
오현지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엄지원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집, 회사, 조리원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회상(패러디)신 같은 경우 아무래도 재미있게 쓰여져 있었기 때문에 드라마틱하게 표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안에서 무엇보다 공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캐릭터 빌드 업의 문제라기보다 내가 느낀 감정을 느낀 그대로 시청자들이 느끼게끔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엄지원은 현진과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달랐을까? 엄지원은 "현진이가 곧 ‘나’ 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지금까지 한 작품들 중 싱크로율이 가장 높지 않았나요?(웃음) 그만큼 공감이 많이 갔고, 내 안에 있는 현진 같은 모습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내서 보여주려고 했어요. 특히 일하고 육아에 있어서 갈등하는 현진이 같은 경우 진짜 나를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신생아 아기와 촬영을 하기도 했는데 아기와의 케미는 어땠을까?
엄지원은 "딱풀이는 표정연기와 리액션은 물론이고 상을 줘도 될 만큼의 연기실력을 보여줬어요. 실제 조리원에 있는 아이들은 목도 못 가누고 딱풀이로 출연한 아이보다 작아야 하는데 그런 갓난아이는 현장에 올 수 없기 때문에 딱풀이가 진짜 갓난아이처럼 보이게끔 촬영팀이 고생을 많이 해줬죠. 또 딱풀이가 촬영 중간부턴 옹알이를 하기 시작하더니 설정에 맞는 옹알이를 해줘서 현장을 재미있게 만들어줬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엄지원은 극 중 다양한 작품을 패러디 했다. '설국열차, '로마의 휴일' 무술 고수 등 다양한 분장을 하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이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궁금했다.
엄지원은 "다양한 패러디 장면이 있었지만 무협신이 기억에 남아요.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고, 촬영 전 이미지화 시키는 과정에서 박하선 배우랑 ‘와호장룡’이나 ‘협녀’의 시안을 직접 들고 감독님을 찾아갔죠. 어떻게 찍으면 멋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또 설국열차 신도 장혜진 선배와 재미있게 촬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엄지원은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 지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아이가 있으면 어떨까’, ‘엄마가 된 모습은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을까?
"만약 엄마가 된다면 일과 워킹 맘 현진이 같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 맘 들에게 장혜진 선배의 대사처럼 “좋은 엄마가 완벽한 게 아니다. 이기적인 게 아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내가 행복해야 행복한 에너지를 줄 수 있듯 본인이 선택의 폭이 가장 중요한 거니까요."
엄지원은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출연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랬듯 만약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어떤 소재이던 경험한 사람들만 공감하는 이야기가 아닌 모두가 공감할 만한 코드를 찾아내는 것이 숙제인 것 같아요. 행운이 주어진다면 시즌 2를 통해 시청자분들을 다시 한번 찾아오고 싶다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어느덧 연기자 데뷔 20년이다. 엄지원은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의 첫 번째는 재미있었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아쉬움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잘했지?”, “이번에 진짜 잘했다”라는 느낌을 스스로 받아본 적이 없어요. 늘 최선을 다하지만 만족할 만한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온 게 아닌가 싶네요"라고 회상했다.
"올해 유독 바쁘게 지냈습니다. 드라마 2편에 영화촬영까지. 남은 한 달은 정신없이 달려온 2020년을 돌아보고 싶고, 더불어 21년을 계획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공감하고 또 좋아해 주셔서 그 자체로 행복하고 고맙습니다. 시청자분들이 저희 작품을 떠올렸을 때 “이런 소재의 재밌는 드라마가 있었지”라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다가오는 연말 건강하고 따뜻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