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셀트리온 코로나 치료제 기대감 띄우자 "분위기 아닌 데이터로 판단할 것"

2020-11-26 16:32
신중한 식약처 "절차는 신속히·검증은 철저히"

셀트리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치료제의 내년 상반기 시판을 예고한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셀트리온의 치료제 승인 절차를 두고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과거 '인보사 사태'를 교훈으로 외부 분위기에 휘둘리기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심사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사진=셀트리온 제공]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최근 자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 2상 투약을 완료했으며, 중간 결과 확인 후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내년 상반기 코로나19 치료제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승인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사의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해 "내년 초에는 치료제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치료제 생산을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식약처 승인을 받으면 바로 나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치료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띄우고 긍정적인 여론이 뒤따르는 가운데, 치료제 심사 및 사용 허가 권한을 가진 식약처는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되 검증은 철저히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아직 셀트리온 측의 임상 결과 데이터를 식약처가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떠한 예단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셀트리온 치료제의 효과가 있는지는 데이터가 공개돼야 이를 기반으로 국민께 말씀드릴 수 있고, 신뢰감을 확보할 수 있다"며 "자칫 국민께 잘못된 정보를 드릴 수 있으므로 업계에서 풍기는 분위기만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셀트리온이 자료를 제출하면 신속히 심사할 수 있게 저희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검증은 철저히 하되 신속히 한다는 기조에 맞춰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가 이처럼 신중론을 펴는 것은 코로나19 사태의 엄중함과 함께 과거 '인보사 사태'를 교훈 삼아 외부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안전성 검증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식약처는 인보사 검증 및 사후관리를 부실하게 한 책임으로 강한 질타를 받았다. 인보사가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있음에도 식약처는 '세계 최초' '바이오제약산업 육성'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철저히 심의하지 않고 인보사 허가를 밀어부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주사액으로, 2017년 국내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다. 미국에서 임상 3상 진행 중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연골세포와 다른 신장 세포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3월 유통 및 판매가 중단됐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해당 세포는 신장세포로 확인됐고, 특히 이 세포는 악성종양을 유발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이후 식약처는 추가 조사를 거쳐 2019년 5월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는 식약처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반드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셀트리온의 치료제에 대해 긴급 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것인데, 이는 안전성 검증을 위한 최소한의 검증 절차이므로 이를 철저히 해서 승인해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