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칼럼] 드론 전쟁 시대의 서막을 보며
2020-11-26 09:28
드론, 현대전의 왕자로...달라진 힘의 충돌
지난 9월 27일 코카서스에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독립한 두 나라 간에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민족 문제로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아 왔다. 예상과는 달리 이번 전쟁은 6주 만에 아제르바이잔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1인당 국민소득 100위권 두 나라 사이에 벌어진 짧은 전쟁에 무슨 관심이 있겠는가 싶지만, 여러 나라로부터 주목을 받는 이유가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개전과 동시에 터키로부터 수입한 무장드론 바이락타르를 이용하여 아르메니아의 T-72 탱크와 BMP-2 보병전투차량을 파괴했다. 10월 14일에는 이스라엘제 자폭 드론 하롭으로 S-300 방공포대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어 10월 30일에도 바이락타르를 날려 아르메니아의 BM-30 다연장로켓을 공격했다. 아제르바이잔은 11월 9일 아르메니아의 항복을 받아내며, 드론 전쟁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렸다.
미래 전장을 주도할 국방과학기술로는 대표적으로 인공지능, 드론과 로봇, 전장사물인터넷, 무인자율화, 양자기술 등을 꼽는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적용된 무기체계가 전장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미국, 중국 등 군사강국이 개입된 전쟁에서나 볼 수 있을 것으로 상상해 왔었다. 그러나 인구 천만, 병력 6만 7천, 1인당 국민소득 4천 7백 불의 작은 나라 아제르바이잔의 드론이 전장을 누비며 그 상상을 깼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학기술 발전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예를 들면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미래학자 커즈와일은 2045년이 되면 인공지능 하나의 능력이 인간 전체의 지능을 합친 값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온다고 예측했다. 아무리 빠르다 하더라도 2020년에 코카서스 지역에서 발발한 국가 간 전쟁에서 드론이 승패를 갈랐다는 소식은 예측을 뛰어넘어 너무 이르기에 국방연구개발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여러 나라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은 드론 전쟁의 서막이긴 하지만 예고편은 아니다. 미래 무기체계로서의 드론은 전장사물인터넷, 자율항법, 군집비행 및 협동자율, 양자암호통신, EMP 방어 및 전자전 대응, 이동표적 정밀인식, 초고속 회피기동, 대용량 고속통신 등 최첨단 과학기술이 망라된 국방과학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국방 선진국 중심으로 또는 다자간 협력을 통해 집중 개발되고 있으나, 영화 ‘엔젤 해즈 폴른’에 나오는 공격형 벌떼 드론 수준의 무기가 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