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경기회복 기대감이 연말 랠리 요인··· 내년 상반기 고점 예상"

2020-11-26 00:10
리서치센터장 6인 증시 진단

[아주경제DB]



코스피가 연말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IT와 제약·바이오 업종은 물론 반도체와 2차전지, 자동차 대형주들도 상승하며 증시를 이끌고 있다. 올해 내내 한국 증시를 외면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증시에 대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단기적 조정이 있을 순 있겠지만 현재의 상승세가 적어도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증시 향방에 대해서는 다소 답이 엇갈렸지만, 대체적으로 고점은 2700~2900선으로 현재 증시 수준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백신과 경기회복 기대감이 연말 랠리 이끌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연말 랠리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최근 연이어 발표된 코로나19 백신 임상결과와 내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꼽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연말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인데,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백신과 관련된 긍정적 소식이 발표될 때마다 국내 증시에 순매수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지난 7월 글로벌 제약사들이 백신 임상을 착수하며 국내외 증시가 상승세를 보였는데, 이번에도 임상 결과에 대한 발표들이 이어지며 순매수 양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개선과 내년 기업 이익 추정치가 긍정적인 것도 증시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의 코스피 상장사 재무제표 분석 결과에 따르면, 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36조4475억원으로 전년보다 27.5% 증가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국내 기업들의 수출 개선과 이익 추정치의 상향 조정과 함께 국내 반도체 업종에 대한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한국은 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속도 면에서 글로벌 주요국 대비 압도적인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한국은 타 국가보다 코로나19 대응과 경제활동 여건이 양호한 편"이라며 "여기에 더해 증시도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보다도 크게 할인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순매수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

현재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에 대해서는 한국 증시의 상대적 매력,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이어지고 있는 달러 약세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방역으로 생산과 소비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고 본다"며 "내년 경기가 회복될 경우 투자 재개로 수출 주도형 제조업 기반인 국내 경제가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고, 이 점이 외국인 매수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정식 선출되면 트럼프 대통령 시기의 보호주의에서 동맹국을 중시하는 다자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러 요인을 고려했을 때 외국인 순매수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며, 바이든 후보의 취임 이후 백신 개발과 환율, 지역별 경기 회복 속도에 따라 다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용택 센터장도 "올해 들어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한 규모를 따져보면 약 20조원이 넘는데, 11월 들어서 사들인 물량은 약 7~8조원 정도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매수 여력은 있다고 본다"며 "백신에 대한 기대감도 연말까진 유효하기 때문에 적어도 12월 중순까지는 매수 흐름이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약세가 지속될 수 있는 전망이 신흥국 시장에 글로벌 자본이 유입되는 촉매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이미 거래소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36.3% 수준으로 추세적 매수라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내년 코스피 고점은 2700~2900 예상

내년 코스피 고점을 두고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3000선을 전망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수도 사상 최고점을 돌파한 뒤 2600선을 유지하며 긍정적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증권사 센터장들도 내년 코스피 고점에 대해 2700선부터 2900선을 예상했다. 

IBK투자증권은 연초 혹은 상반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정용택 센터장은 "현재 주가에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 동력은 떨어질 것"이라며 "오히려 하반기가 되면 증시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현재 업계의 전망을 보면 낮게는 2700에서 높게는 3000선까지 목표 수치가 제시되고 있으나, 현재 지수 수준을 고려하면 상승 가능성이 10% 정도로 높지 않다"며 "수치만 놓고 보면 적극적으로 매수 의견을 내기에는 조심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도 내년 2분기에 고점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지수 수준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이익추정치가 상향 조정되는 '베스트 시나리오' 하에서 2900포인트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증권은 2300~2800선을 전망했다. 노근창 센터장은 "내년 1분기 즈음에 고점을 예상하고 있으며 4분기 저점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석원 SK증권 센터장은 "현재 시장에서는 상반기에 고점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현재 지수가 상승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내년 1분기에 일시적 조정이 나타난 뒤 2~3분기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코스피 고점은 2900을 예상했다. 지수 예상 범위를 2200~2770으로 제시한 교보증권도 하반기 고점을 예상했다. 김형렬 센터장은 "전반적인 흐름은 상반기 저점을 찍은 뒤 상승하는 '상저하고'를 예상한다"며 "다만 고점의 형성 시기는 2022년까지 전망 범위를 확장해 하반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자동차·2차전지 주목해야

연말과 내년 증시에서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는 반도체와 자동차, 2차 전지 등이 공통적으로 꼽혔다. 여기에 더해 현재 주가 수준이 크게 오른 언텍트(Untact) 관련 종목들보다 대형 가치주, 경기 관련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제기됐다.

윤희도 센터장은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멈춰졌던 상황에서 주목 받았던 언택트 관련주들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대형가치주 및 경기 민감주로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반도체와 항공, 석유화학 및 소재 업종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와 현대차증권 역시 반도체와 자동차를 관심 업종으로 제시했다.

SK증권의 경우 반도체와 함께 향후 주요국의 경기 부양 정책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최석원 센터장은 "백신과 경기회복 기대감이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 미국의 경기부양 조치들이 본격적으로 나올 때까지는 전통적인 제조업에 다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센터장은 "내년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예상되는데 특히 IT 부품, 반도체의 경우 올해 재고가 상당수 소진되어 내년 추가 생산이 필수적"이라며 "반도체 기업은 물론 생산 확대에 필수적인 소재와 부품, 장비 기업들이 수혜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BK투자증권은 여전히 코로나19 이후 각광받기 시작한 기업들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택 센터장은 "언택트, 컨택트로 구분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들 기업은 4차산업혁명 도래에 따라 수혜를 받게 되는 플랫폼 기업들로 아직까지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한국과 주요국가들의 친환경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전기차, 수소차 등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자동차 업종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식투자, 저금리 기조에서 선택 아닌 필수


주요 센터장들은 내년에도 계속 주식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식 시장에는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윤희도 센터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0.5%이고 국고채 3년물 금리도 1%를 하회하고 있다"며 "당분간 현 수준의 금리가 유지된다면 주식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지수가 최고점을 경신하며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여전히 주식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석원 센터장은 "여러 측면에서 단기적 위험 요인이 있는 상황이지만, 주가 조정이 있더라도 시장과 거리를 두기보다는 내년까지 시야를 넓히고 주식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길게는 3분기까지 저금리와 경기회복 기대감이라는 요인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주가는 결국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용택 센터장은 "저금리가 고착화되고, 투자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투자 목표를 분명히 세우는 것"이라며 "목표 수익을 적절히 조정하고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망한 테마에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그 기업이 충분한 펀더멘털을 갖췄는지 검토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근창 센터장도 "주식시장은 예측보다는 대응의 영역이라는 조언과 같이 긴 호흡에서 투자할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