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웨일에 자체 회상회의…교육플랫폼 혁신 시동

2020-11-24 13:30
기기 화면 공유로 자료중심 발표 지원
전용 기기·협업툴과 비대면 교실 보급
북미 구글 교육플랫폼 전략 벤치마킹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에 화상회의 기능 '웨일 온(Whale On)'이 시험판으로 추가된다. 각급 학교에 일상화된 '비대면 수업'을 지원하기 위한 주요 기능이다. 이는 네이버의 국내 교육플랫폼 혁신 전략을 본격화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앞서 네이버는 웨일 브라우저와 협업 도구를 결합한 교육용PC를 출시한다고 예고했다. 이는 구글의 크롬 기반 교육시장 전략을 벤치마킹한 색깔이 짙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디지털화된 교실의 플랫폼 제공자가 되겠다는 비전이다.

네이버는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DEVIEW) 2020'에서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 신기능으로 웨일 온을 선보이고, 이를 공개한 직후 웨일 온 베타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웨일 앱 쓰는 모든 기기 지원
 

네이버가 웨일 브라우저에 자체 화상회의 기능 '웨일 온'을 탑재한다. [사진=네이버 제공]


웨일 온 기능은 '브라우저에서 열리는 화상서비스'를 표방한다. 웨일 창의 오른쪽 상단 툴바 아이콘을 누르면 실행된다. 웨일 앱이 설치된 PC, 스마트폰, 태블릿 기기에 다른 앱을 더 깔지 않아도, 클릭과 터치 몇 번으로 화상회의가 시작된다.

사용자는 웨일 온 기능을 활성화한 다음 채널을 만들고 참가자들을 초대할 수 있다. 참가자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끈 채 발표자나 발언자의 영상과 음성을 시청하고, 발표자가 공유하는 기기 화면을 볼 수도 있다.

화상회의 주최자는 참가자들을 초대할 때 네이버의 하위 도메인으로 생성된 웹 링크 주소를 전달하면 된다. 참가자들은 문자, 메신저 등을 통해 전달받은 주소를 열어 화상회의 채널에 접속할 수 있다.

김효 네이버 웨일 책임리더는 "웨일 온 기능은 우리 팀에서 직접개발하고 코어 기술은 라인의 글로벌 비디오콜 기술을 사용한다"며 "내일 데스크톱 베타버전에 먼저 시험 적용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웨일 온 화상회의 기능을 네이버 웨일이 아닌 환경에 제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웨일 온이 네이버의 서버와 웨일 브라우저에 탑재되는 코드가 맞물려 돌아가는 기능일 경우, 크롬·엣지 등 타사 브라우저로는 실행되지 않게 된다.

이 경우 웨일 온 화상회의를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웨일 브라우저의 점유율 확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회의 주최자가 웨일 미설치 사용자에게 화상회의 초대 링크를 보낼 경우 웨일 브라우저 설치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올해 10월 한 달간 웨일은 국내 PC 브라우저 시장과 모바일·태블릿 브라우저 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4.96%, 9.24%를 기록했다. 구글 크롬이 PC와 모바일·태블릿 브라우저 시장에서 모두 선두다.
 
비대면 수업환경 조준 '웨일 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웨일 온은 네이버 교육플랫폼 혁신전략의 여러 퍼즐 가운데 하나다. 웨일 브라우저 개발을 총괄하는 김효 네이버 책임리더는 지난달 W3C HTML5 컨퍼런스 발표를 통해 자사 전략의 전체 윤곽과 앞으로의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네이버는 코로나19 이후 일상화된 비대면 교육의 플랫폼을 혁신을 추진 중이다. 교육용 통합계정, 데이터·콘텐츠 마켓플레이스, 전용 브라우저와 교육용 PC·태블릿 기기를 제공해 초·중·고교에서 운영되는 비대면 교실을 지원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네이버 계정과 별개의 통합계정 기반 교육서비스 환경인 '웨일스페이스'를 개발 중이다. 인증시스템, 수업관리시스템(LMS), 학생관리 및 수업관련 정책관리 도구를 포함한 웨일스페이스가 일부 학교에 시범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학생과 교사는 교육용 웨일스페이스 계정과 웨일 브라우저를 사용해 교육플랫폼에 접속하고 수업, 학업, 방과후 활동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웨일 온은 기본적인 화상수업을 지원하고 '네이버웍스'가 주요 수업도구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웨일 브라우저를 각 학교, 시·도 교육청이 원하는대로 맞춤 구성할 수 있는 교육용 버전을 따로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웨일 태블릿', '웨일북'이란 이름으로 교육용 웨일 생태계에 특화된 태블릿과 노트북PC 기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김 책임리더는 지난달 "곧 웨일 태블릿을 출시할 예정이고 웨일북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기가 표준화돼있으면 사용자가 접근하기 쉽다"며 "서비스와 기기가 하나로 뭉쳐진 형태가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롬과는 다른 하드웨어+서비스 전략
 

김효 네이버 웨일 책임리더가 10월 W3C HTML5 컨퍼런스 2020 기조연설을 통해 네이버 웨일 웹플랫폼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W3C HTML5 컨퍼런스 2020 발표 영상]


구글이 먼저 서비스와 통합된 웹플랫폼을 탑재한 하드웨어로 '크롬북' 시리즈를 선보였다. 크롬북은 크롬 브라우저를 활용해 제작된 운영체제(OS) '크롬OS'를 구동하며, 구글의 G스위트 등 웹서비스를 앱처럼 사용하는 UI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크롬북은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교육 분야에 널리 보급돼 있다. 과거 교육용 디지털 기기 시장에서 애플 아이패드와 여러 OS 기반 인텔 기반 노트북 등이 경쟁했지만, G스위트를 보급시킨 구글이 이 시장을 정리했다.

네이버도 국내 교육시장을 겨냥해 웨일 브라우저의 웹플랫폼을 탑재한 교육용 태블릿과 노트북PC를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실제 전략은 구글과 차이를 보일 듯하다. 네이버는 교육시장의 외부 도구·콘텐츠 제공 파트너와의 협력에 무게를 뒀다.

네이버는 교육용 브라우저(웨일), 화상회의(웨일), 자체 LMS(Edwith), 협업도구(네이버웍스), AI비서(클로바어시스턴트), 커뮤니티(밴드)를 직접 제공한다. 동시에 파트너의 문서도구(한컴스페이스), LMS(한컴클래스), 화상회의(유프리즘), 온라인칠판(이리온클래스룸), 멀티미디어콘텐츠(아이스크림미디어), 비대면평가도구(엔에스데블) 등을 선택해 쓸 수 있게 한다.

김 책임리더는 "누구나 들어와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누구나 쓸 수 있는 웹기반 오픈플랫폼을 지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