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大馬)가 철수하고 있다”...거리두기 강화에 상권 붕괴 ‘턱밑’
2020-11-23 17:24
영화관‧스파 브랜드 매장 빠지니 상권 초토화
소규모 음식점, 옷가게, 미용실 연쇄 타격
“계약 기간 남았는데, 발 빼는 대기업 보면 속 터져요”
소규모 음식점, 옷가게, 미용실 연쇄 타격
“계약 기간 남았는데, 발 빼는 대기업 보면 속 터져요”
“명동, 이태권 상권이 무너진 건 이미 오래된 얘기죠. 이제는 신촌, 종로, 대학로 상권이 망가지고 있어요. 단순히 자영업자 한둘이 망하는 문제를 이미 뛰어넘었어요.”
서울 도심 주요 상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버틸 힘이 소진돼 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영화관이나 대형 스파 브랜드 매장이 하나둘 철수하면서 상권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역세권 상가나 1층 상가도 대량 공실이 생기면서 연쇄 붕괴 상태를 맞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4일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그나마 붙잡고 있던 실낱같은 희망을 놓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은 12.4%를 기록했다.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의 평균 공실률은 8.5%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경기가 어려울 때면 어김없이 상가 공실률이 늘었지만, 이번 위기는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단순히 음식점 한두 곳이 폐점해서 발생하는 공실이 아니라, 영화관·대형 스파 브랜드 매장이 통째로 빠지면서 상권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GV는 전국 직영점의 30%를 줄이기로 했고, 롯데시네마도 직영관 20곳 폐점 계획을 밝혔다.
종각‧종로2~3가 상권은 역세권‧1층 상가에도 임대 광고가 붙어 있다. 광화문을 배후 수요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종로 상권은 이제 임대 광고가 붙어 있지 않은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종로에서 스파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그동안 소비 심리가 위축돼 손님 자체가 줄었고, 매장을 방문해도 물건만 보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1.5단계로 올라간 뒤로는 주말에 매장을 찾는 사람 자체가 없다. (2단계로 올라간) 이제는 기대도 안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에 격상된 거리두기 조치는 확진자 급증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지만 상권 붕괴를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담당하고 있던 각 상권의 ‘대마’가 폐점하면서 유동인구가 줄고, 중소형 상점도 버티지 못하면서 상권 전체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 송년회, 크리스마스 특수에 저녁 영업을 못 하는 것도 타격이지만, 코로나19를 극복하더라도 한 번 무너진 상권은 쉽게 회복되지 않기에 자영업자들은 미래를 생각하기조차 힘들다.
신촌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C씨는 “1단계 상황에서도 유동인구가 확 줄어서 손님이 없었는데, 9시 이후에 영업을 못하면 아예 문을 안 여는 게 낫다. 주변 가게만 봐도 주말에 영업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완전히 상권 자체가 다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기업 매장들은 조금씩 발을 빼고 있는데, 저희는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폐점도 못 한다. 투자는 많이 해놨는데 권리금도 못 받는 상황”이라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