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싱가포르 트래블버블 2주 연기…국내 여행업계 '좌절'

2020-11-23 11:01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홍콩과 싱가포르의 트래블버블 합의 소식에 우리나라도 곧 가세할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이런 참담한 상황이 또다시 발생하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달 22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홍콩과 싱가포르 간 '트래블버블'이 2주 연기되자, 국내 여행업계가 절망에 빠졌다. 홍콩과 싱가포르 트래블버블이 성공을 거두면 우리나라 트래블버블 시행에도 가속화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던 만큼 2주 연기에 따른 실망감도 컸다. 

최근 홍콩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감염 경로가 불확실한 지역 감염자 수가 급증하자, 홍콩은 트래블버블을 연기하기로 했다. 홍콩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20일 신규 확진자는 26명에서 21일에는 43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는 13명에 달했다.

싱가포르 민항당국은 "홍콩과 트래블버블을 예정대로 시행할 예정"이라면서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모든 홍콩 여행객들에 대해 유전자증폭검사(PCR)를 추가로 받도록 하고, 이들이 6~8시간 동안 호텔 등 숙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트래블버블 협정에 반하는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홍콩과의 트래블버블이 성과를 보이면 이를 한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에도 확대, 격리 없는 입국을 적용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가시화하자 이같은 지침을 발표했고, 국제관광 활성화를 기대했던 국가들은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비단 홍콩과 싱가포르의 트래블버블 2주 연기뿐 아니라, 주요 관광국도 입국 기준을 강화하는 등 강경책에 돌입했다.

이미 소규모 외국인관광객을 받는 태국은 입국 기준 강화를 검토 중이다.

캄보디아도 격리 정책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관이나 정부 보증 기업인을 제외한 외국인은 입국 시 2주 시설 격리를 받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베트남 역시 한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여파에 양국 정기운항 계획 실행을 계속 미루고 있다. 

이처럼 국제관광 상황이 악화하자, 국내 여행업계는 "우리는 언제까지 문을 닫고 살아야 하냐"며 "방역 우수국 간의 트래블버블 합의 등 국제관광에 청신호가 켜지기 시작해 모처럼 기대했는데, 여행업계와 가족들은 또다시 벼랑 끝에 몰렸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초 창궐한 코로나19 사태에 하늘길이 막히자, 여행업계는 최근 10개월간 수입이 '제로'에 수렴할 정도로 큰 위기에 직면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등에 따르면, 올해 1~10월 관광업계(여행·숙박·마이스·카지노) 직접 피해 추산액은 약 10조원에 달하고, 지난 9월 말 현재 국외‧국내 여행업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사는 1분기에 비해 각각 150여곳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는 5단계로 세분화됐는데, 자가격리 기간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14일이다. 해외에서 들어오지도, 국내에서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과학적인 통계를 기반으로 한 자가격리 기간의 탄력적 운영 등 업계가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이라도 조성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비해 확진자 수가 더 많은 국가도 여행을 이렇게까지 제한하진 않는다"며 "국민 인식 개선 등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