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中 대사 “한·​중 관계 더 강화해야” 강조...커지는 反中 불참 압박

2020-11-19 00:00
주한 중국대사 "중·한, 국제 다자주의 수호자"
미국 겨냥한 듯 "다자주의, 일방주의 이길 것"
시진핑 中 주석 또한 '美 일방주의' 작심 비판
미·중 사이 끼인 韓 입장 더욱 난처해질 전망
"한·중, 경제 협력 등 실용적 차원 접근해야"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시대 중국 국정운영의 평가와 미래 한중관계 재도약의 협력방안' 포럼에서 주제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18일 한·중 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최근 중국 주도의 무역 규범 시행에 미국이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등 주요 2개국(G2) 갈등이 나날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기조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온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싱 대사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주한 중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신시대 중국과 한·중 관계 고위급 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중·한(한·중) 양국은 온갖 고난을 함께 겪으며 검증된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고 피력했다.

싱 대사는 "중·한 양국은 모두 지역 평화와 안정의 굳건한 수호자"라며 "국제 다자주의, 경제 글로벌화의 확고한 수호자"라고 말했다.

싱 대사는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어떤 국가든 그 실력이 아무리 막강해도 단독으로 세계를 관리하거나 국제사회를 운영할 수 없다"며 "'대항이 아닌 대화, 동맹이 아닌 동반자'로서의 새로운 형태의 국제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자주의가 반드시 일방주의를 이겨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싱 대사의 이날 발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날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서 진행한 연설의 연장 선상으로 해석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 주석은 전날 회의에서 사실상 미국을 염두에 둔 듯 내정 간섭과 일방적인 제재, 다른 나라에 대한 관여에 반대한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시 주석은 "규칙과 법을 무시하고 일방주의를 일삼으며 다자간 기구에서 탈퇴하고 합의를 어기는 것은 전 세계인들의 보편적인 바람에 어긋난다"고 언급,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기후변화협약 등에서 탈퇴하고 '중국 때리기'에 몰두한 미국 행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동시에 미국 역시 중국 정부를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6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중국,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관련해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우리(미국)가 국제무역의 규칙을 정해야 한다. 중국이나 어떤 나라가 결과를 좌지우지하게 해선 안 된다"며 미국을 배제한 국제 무역 규범이 시행되는 데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 한국에 가입을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중이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한국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내년 1월 바이든 정부 수립을 앞두고 연내 시 주석 방한을 추진하고 있어 더욱 난처한 처지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로서는 한·미 동맹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과는 실용적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RCEP처럼 경제적 실익이 있는 협력을 한·중 간 해나가는 게 옳다"고 말했다.